[사설] 우리끼리 싸우는 힘 절반이라도 적과 싸우는 데 쓰길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서울 도심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한 것을 두고 여야가 음모론과 남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권에선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지나간 사실을 야당 의원들이 어떻게 먼저 알았느냐며 ‘북한 내통 의혹’까지 제기했다. 또 문재인 정부 때 국방에 구멍이 생겼다며 책임을 돌렸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안보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났다며 안보 책임자 경질을 요구했다. 시급한 무인기 대책은 뒷전이고 정치 싸움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이 북 무인기의 대통령실 부근 침범 사실을 몰랐는데 민주당은 용산 침투 주장을 했다”며 “자료 출처에 대해 당국이 의심을 품고 있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선 “북과 내통했다는 자백 아니냐”고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정보 출처를 밝히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근거를 대지 못했다. 근거 없이 북 내통 의혹까지 제기하는 것은 지나치다. 군이 국회에 제출한 무인기 항적 자료를 지도와 비교하면 대통령실 부근을 지났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 야당 의원이 군 내부에서 정보를 얻었을 순 있지만 북 내통과는 다른 얘기다. 군은 비행금지 구역이 뚫린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 여권이 무인기 사태를 무작정 전 정권 탓으로 몰아가는 것도 무책임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이 안보 리스크의 진앙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안보실장과 경호처장, 합참의장을 즉각 면직하고 국정조사를 하자고 했다. 국회에서 피켓 시위도 벌였다. 이번 무인기 사태를 대정부 투쟁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 무인기가 서울을 넘어 경북 성주 사드 기지를 촬영하며 휘젓고 다녔는데도 아예 알지도 못했다. 5년간 무인기 대책을 제대로 세우기는커녕 훈련도 하지 않았다. 문 정부 기간에 북 무인기가 계속 영공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한 번도 탐지하지 못했다.
문 정부 기간 주요 군사 시설이 뚫린 것은 헤아리기도 힘들다. 최전방 철책은 북 귀순자와 탈북민에게 수시로 뚫렸다. 감시 센터는 먹통이었다. 경고가 울려도 무시했다. 진해 해군기지는 치매 노인에게, 수도방위사령부 방공 진지는 취객에게 뚫렸다. 제주 해군기지는 시위대의 놀이터가 됐다. 탄약고가 뚫리자 가짜 범인까지 만들었다. 제 눈의 들보는 안 보이나.
지금 시급한 일은 우리끼리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북 소형 무인기 탐지를 위한 레이더망을 강화하고 이를 격추할 전자파·레이저 등 무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무인기 대응 실패와 거듭된 미사일 발사 오류와 관련해 군 인사나 내부 기강, 작전·무기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여야가 남 탓 공방하며 싸우는 것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일이다. 북의 원시적 무인기는 군사적 의미는 크지 않다. 오히려 우리 사회를 흔들고 분열시키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클 것이다. 지금 정치권은 북이 바라는 그대로 해주고 있다. 지금 국민과 정치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오물이 하수구로 모이듯 모든 일이 정쟁화되고 있다. 우리끼리 싸우는 열정과 재주의 절반이라도 적과 싸우는 데 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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