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탕감은 羅 사견” 대통령실의 공개 반박… 기로에 선 나경원

김경화 기자 2023. 1. 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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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나경원 “마음 굳혀가고 있는 중” 방송서 전대출마 의지 드러내자
사회수석, 3시간 뒤 공개 브리핑 “출산시 대출탕감은 羅 사견일 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실이 6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언급한 ‘출산 시 대출 원금 일부 탕감’ 구상을 전면 부인했다. 대통령실이 고위 공직자의 발언을 공개 부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반응은 나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 방송 인터뷰가 공개된 지 3시간 만에 나왔다. 이 때문에 나 부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부정적인 윤심(尹心)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전대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자녀 수에 따른 대출금 탕감 및 면제 정책은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출산을 할 경우 지금까지는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낮춰줬는데 더 과감한 정책으로 원금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나 부위원장의 ‘출산 시 빚 탕감’ 발언에 “적절히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의) 기자간담회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질문이 쇄도했다”며 “정부 입장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윤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브리핑에 공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에는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건데, 개인 의견으로 치부한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브리핑 준비하는 수석들 - 안상훈(왼쪽)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6일 브리핑에 앞서 김은혜 홍보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 수석은 전날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거론한 ‘자녀 수에 따른 대출 탕감 방안’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 정부의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이례적 공개 반박은 결국 나 부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부정적인 용산의 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윤핵관’을 비롯한 친윤(親尹)계에서는 친윤 표심 결집을 위해 나 부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만류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경로로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선두권인 나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김기현 의원 등과 당내 친윤 성향의 표가 갈려, 안철수 의원과 비윤(非尹)계인 유승민 전 의원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친윤 표심의 결집을 위한 내부 교통정리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친윤계 김정재 의원도 이날 “정치인으로서 유의미한 일, 인구 문제에 집중해 어떤 결과물을 내 윤석열 정부에 큰 공헌을 했으면 한다”고 나 부위원장의 출마를 만류했다.

나 부위원장은 안 수석의 브리핑이 있기 약 3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쯤 KBC광주방송이 공개한 녹화 인터뷰에서 “최근에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출마하게 되면 당연히 (공직은) 사의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두 가지 어젠다(저출산·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당대표라는 자리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띄웠다.

나 부위원장은 최근까지도 당 원로와 중진 의원들을 만나며 출마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들의 투표로만 당 대표를 뽑는데,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나 부위원장의 한 측근은 “당대표는 대통령이 정하는 임명직이 아니지 않나”라면서도 “아직 전대 출마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친윤 핵심이 반대하더라도 출마를 결심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이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대표로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친윤계 의원은 “내년 총선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며 “나 의원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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