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무인기 네탓 공방’… 北 김정은만 웃고 있다

조의준 기자 2023. 1. 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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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VIEW] 北 의도대로 南南갈등에 빠져

북한 무인기의 대통령실 주변 비행금지구역(P-73) 침범을 놓고 여야는 6일에도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무인기가 대통령실 코앞까지 헤집은 안보 위기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날 “문재인 정권의 안보 소홀 때문”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도 초당적인 북한 규탄 결의문조차 내지 못했다. 북한 무인기는 우리 국방 시스템을 교란한 데 이어 남남 갈등 촉발에도 성공한 것이다.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은 “결국 웃는 건 북한 김정은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의 이날 오전 회의는 서로에 대한 비난전으로 시작됐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대책 회의에서 “무인기가 2017년 6월엔 37일간 우리나라를 휘젓고 다녔다”며 “집권한 지 7~8개월밖에 안 된 이 정부가 대비할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의 책임은 문재인 정권에서 (안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군 당국 공식 발표 전에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진입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군인지 다른 쪽에서 입수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여당 회의에서 군의 무인기 경계 실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확대 간부 회의에서 “충격적인 안보 참사를 거짓말로 덮으려 했던 군 수뇌부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내각과 대통령실을 전면 개편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초 정부는 야당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마저 이적 행위라고 매도했다”며 “적반하장의 극치이고 이적 행위이자 군기 문란”이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음모론과 남 탓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며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경호처장 문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북한을 규탄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군 수뇌부 문책론에 대해 “일단 군 자체 조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 문책론에 대해 “대통령께서 전비 태세 검열 결과가 나오면 종합적으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여야는 정치 공방만 벌일 뿐 북 무인기 도발을 막을 방책에는 손을 놓고 있다. 지금껏 무인기 대응 법안도 만들지 못했다. 적대국이 주변에 없어 무인기를 통한 영공 침범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관련 법을 만든 미국과 대비된다.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의 여야 의원 7명은 지난 7월 공동으로 ‘무인기 위협에 대응한 국토방위법(Safeguarding the Homeland from the Threats Posed by Unmanned Aircraft Systems Act)’을 발의했다. 이 법은 소형 무인기 대응의 주체를 주 정부와 지방 정부 등으로 확대하고, 무인기 공격에 취약한 교통 인프라 등 중요 기반 시설을 보호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소형 무인기는 탐지가 어려운 만큼 지자체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26일 침투한 북한 무인기는 날개 폭이 2m 정도여서 우리 군이 관측·탐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는 3m급 이하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격추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북한 무인기는 고도 3km 수준으로 날아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안으로 식별하더라도 북한 무인기가 민가 상공을 낮게 비행할 경우 파편 피해 우려 때문에 격추 작전을 펼치기도 쉽지 않다. 군은 대응책으로 ‘합동 드론 사령부’를 창설하고 스텔스 무인기를 연내에 생산할 방침을 내놨다.

이날 우리 국회는 무인기 대응책 대신 하루 종일 ‘북한 내통설’로 시끄러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을 상대로 ‘북한 내통설’을 제기한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에 대해 “저열한 색깔론의 덫”이라며 “신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고 했다. 김병주 의원도 “합당한 의혹 제기를 두고 색깔론을 펼치는 정부, 여당의 수준에 코웃음만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병주 의원은 ‘딱 보면 압니다’식의 30분 분석으로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 비행금지구역을 스쳐 지나간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라며 “김 의원은 마치 북한 무인기에 타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한다”고 했다. 신원식 의원도 이날 재차 “민주당은 북한의 꼭두각시 노릇을 그만둘 때가 됐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분명히 우리 군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의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한 대에 2000만원도 안되는 드론 5대로 한국 정치권을 혼란스럽게 하고, 남남 갈등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더 정치 쟁점화 되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뿐”이라고 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도 “안보 부실 문제를 군 인사 교체로 당장 풀려고 하기보다는 방공망 등 시스템과 장비를 재정비하고 이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훈련을 철저히 하는 식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일단 드론 슈터(Drone Shooter) 등 재밍(전파 방해) 장비를 최전방과 국가 주요 시설 등에 배치해 식별된 드론·무인기를 무력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군 수뇌부는 전방 지휘관들을 격려하고 시스템이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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