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풀리자, 중개업소에 매수 문의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8개월만에 반등… 시장 살아나나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 ‘1·3 부동산 대책’ 발표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지만, 이번 대책 발표에 앞서 이미 시장에서 규제 추가 해제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지난주(63.1)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가 상승 전환한 것은 지난해 5월 첫째 주 이후 8개월 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율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70.2에서 71.5로 1.3포인트 올랐다. 이번에 발표된 지수는 지난 ‘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5일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다음 주 지수는 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포·강동, 매수 문의 늘어

서울 5대 권역별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주거 여건이 좋으면서도 지난 연말 이후 규제 해제 기대감이 높아졌던 마포·강동의 반등세가 강했다. 마포·서대문구가 포함된 서북권은 지난주(56.3)보다 2.2포인트 오른 58.5를 기록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강남 3구와 강동구가 있는 동남권도 73.2로 전주(71.7)보다 1.5포인트 올랐다.

마포·강동 지역은 규제 지역에서 해제된 지난 5일부터 매수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 작년 초 서울 강동구 명일동 84㎡ 아파트를 13억원에 내놨던 신모(43)씨는 지난 6일 1년 만에 처음으로 ‘사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10억5000만원에 매수할 사람이 있는데 팔 생각이 없냐”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화였다. 신씨는 “저가에 팔 생각은 없어 거절하긴 했지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발표한 후 시장 분위기가 바뀐 걸 느낀다”고 말했다.

마포의 한 공인 중개사는 “지난 5일 하루 만에 50통 넘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대부분 규제 완화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묻는 전화였지만, 10통 정도는 실제 매수 의향이 있는 고객의 전화였다”고 했다. 강동구의 한 공인 중개업소 대표도 “두 달 동안 매수 문의가 한 건도 없었는데 5일 하루에만 세 팀이 집을 보고 갔다”며 “주말에 집을 보러 오겠다는 문의도 계속 이어져 오랜만에 일요일에 출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정부가 규제지역을 한꺼번에 풀면서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지역부터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 완화 초기에는 서울 핵심 지역과 외곽의 양극화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강서·양천·구로 등이 포함된 서남권(0.1포인트)과 노원·도봉·강북 등이 있는 동북권(0.9포인트)은 지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가격 바닥 판단은 아직 일러”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회복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557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11월에는 730건으로 31% 증가했다.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일 집계 기준 578건으로, 벌써 10월 전체 거래량을 넘겼다.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이달 말로 한 달가량 남은 것을 고려하면 11월보다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바닥론’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하다. 규제 완화 효과로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수요도 제한적”이라며 “여전히 금리가 높고,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규제가 남아 있어 실수요자들의 매수 수요까지 회복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