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헐크’ 디섐보는 왜 다시 살을 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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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섐보 3.0′이 온다. 단기간 근육을 20㎏ 넘게 불려 ‘헐크’로 통했던 미국의 스물아홉 살 프로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가 최근 폭탄 선언을 했다. 살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80㎏대 체중을 유지하던 ‘디섐보 1.0′은 샷 거리를 늘릴 목적으로 2019년 말부터 급격히 몸무게를 늘렸다. 몇 달 만에 110㎏을 넘는 ‘디섐보 2.0′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강도 높은 스윙 스피드 훈련을 해 400야드를 넘나드는 압도적 장타자로 거듭났다. 2020년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면서 동료 선수들과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지며 골프의 새 시대를 열 것 같았던 그가 갑작스러운 후퇴 선언을 한 셈이다.
여러 건강상의 부작용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벌크업 이전 2년간 PGA 투어 5승을 거뒀으나, 벌크업 이후론 3승에 머물렀다. 손과 골반 등 부상에 시달렸고 지난해 손목 수술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신생 골프 리그 LIV로 이적한 뒤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소화기관이 엉망이 됐으며, 감당하기 힘들 만큼 기분 변화가 심했다고 한다. 그는 몸집을 급격히 불리기 위해 단백질 셰이크와 계란, 스테이크, 베이컨 등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온 것이 원인이라고 봤다. 그래서 방향을 완전히 반대로 돌려 알코올, 유제품, 곡류, 설탕 등을 배제하고 자연식품으로 대체하는 식단 조절을 했다. 한 달 만에 9㎏이 빠졌다. 최근 그의 사진을 보면 마른 몸은 아니지만 턱선이 갸름해졌고, 터질 것 같던 티셔츠가 조금 헐렁해졌다. 스스로 “염증이 사라졌고 젊어 보인다”고 말한다.
거구로 변신해 압도적 장타를 휘둘러 코스를 초토화한 디섐보는 당시 동료 선수들과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겼다. 지금까지 알던 골프가 무너지고, 그와 같은 장타자로 거듭나야만 거대한 시대 흐름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은 위기감이 퍼졌다. 벌크업과 장타가 우승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지, 지속가능성이 떨어져 한때 유행에 그칠지 뜨거운 논쟁도 벌어졌다. 누구보다도 동료 선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벌크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졌고, 경쟁적으로 드라이버 길이를 늘리려 했다. 디섐보 다음가는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조차 디섐보처럼 스윙 스피드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극단적 훈련에 돌입했다. 결국 자신의 고유한 스윙이 틀어지면서 슬럼프에 빠졌고, 본래 장점을 되찾는 스윙 교정에 오래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정작 신드롬을 일으켰던 당사자는 이제 홀연히 유턴해버렸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장타를 치기 위해 체중 늘리는 전략을 동료 선수들에게 권하겠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건강한 방식으로 강해져라. 몸집과 힘을 키우기 위해 자기 몸에 무엇이 가장 잘 맞는지 알아내라”고 했다. 힘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하게 먹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는 그는 “양 극단을 모두 시도해본 뒤에 중간쯤의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찾아낸다. 힘들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 그렇다”고 했다.
또 한 번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디섐보는 올해 메이저 대회 우승 후보로 거론되며 다시 기대를 받는다. ‘미친 과학자’란 별명을 가진 그는 무엇이든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겁없이 시도해왔다. 중요한 것은, 그럴듯해 보인다고 무턱대고 따르고 베끼며 휩쓸리지 않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경로와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건강하고 날렵해진 ‘디섐보 3.0′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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