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차이는
조종엽 기자 2023. 1.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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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초 전 세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고통의 20%는 말라리아와 결핵, 폐렴, 설사 등의 탓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질병에 대한 연구비는 전체 생의학 연구비의 0.5%도 안 됐다.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이 부유한 나라 국민이 많이 걸리는 질병 연구에 더 많은 힘을 쏟기 때문이다.
"질병 연구에 배분되는 자원의 비율은 그 질병으로 인간이 겪는 고통의 비율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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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케빈 엘리엇 지음·김희봉 옮김/364쪽·2만 원·김영사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초 전 세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고통의 20%는 말라리아와 결핵, 폐렴, 설사 등의 탓이었다고 한다. 모두 가난한 나라 국민이 많이 걸리는 질병이다. 그러나 이들 질병에 대한 연구비는 전체 생의학 연구비의 0.5%도 안 됐다.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이 부유한 나라 국민이 많이 걸리는 질병 연구에 더 많은 힘을 쏟기 때문이다.
일부 철학자들은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연구비의 공정 배분’ 원칙을 제안했다. “질병 연구에 배분되는 자원의 비율은 그 질병으로 인간이 겪는 고통의 비율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 여러 반론도 가능한 주장이지만 확실한 건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과학은 ‘가치’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흔히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 세포의 성분을 분석하며, 깊은 땅속 구성 물질을 알아낸다. 사실을 탐구하는 과학이 ‘윤리적으로 옳다, 그르다’ 하는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과학철학자로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인 저자는 “과학적 추론은 가치 판단과 태피스트리(직물)처럼 서로 얽혀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 정보에 완전히 가치중립적 프레임을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 연구 역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기에 용어와 프레임은 특정 가치와 관련된 미묘한 함의를 가지게 된다. 과거 많이 사용한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는 ‘지구가 따뜻해져 좋은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 ‘기후 변화’라는 말로 바꿔 쓰고 있다. 요즘에는 이 말 역시 문제를 덜 심각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우리는 사실의 진위를 가늠할 때 거의 항상 가치의 도움을 받는다”며 “과학 활동의 모든 단계에 가치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했다.
일부 철학자들은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연구비의 공정 배분’ 원칙을 제안했다. “질병 연구에 배분되는 자원의 비율은 그 질병으로 인간이 겪는 고통의 비율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 여러 반론도 가능한 주장이지만 확실한 건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과학은 ‘가치’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흔히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 세포의 성분을 분석하며, 깊은 땅속 구성 물질을 알아낸다. 사실을 탐구하는 과학이 ‘윤리적으로 옳다, 그르다’ 하는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과학철학자로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인 저자는 “과학적 추론은 가치 판단과 태피스트리(직물)처럼 서로 얽혀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 정보에 완전히 가치중립적 프레임을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 연구 역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기에 용어와 프레임은 특정 가치와 관련된 미묘한 함의를 가지게 된다. 과거 많이 사용한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는 ‘지구가 따뜻해져 좋은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 ‘기후 변화’라는 말로 바꿔 쓰고 있다. 요즘에는 이 말 역시 문제를 덜 심각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우리는 사실의 진위를 가늠할 때 거의 항상 가치의 도움을 받는다”며 “과학 활동의 모든 단계에 가치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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