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이를 잃었더라도… 용기 내 슬픔을 응시하라

이영관 기자 2023. 1.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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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대

우리의 환대

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32쪽 | 1만4000원

외면하던 세계를 바라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단편 ‘혜주’ 속 부녀 관계가 그렇다. 혜주는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고향에 내려왔다. 씻을 곳도 없는 열악한 병원, 혜주는 아버지를 원망한다. 아버지는 폭력을 휘둘러 아내와 이혼했고 희소성 질환에 걸리니 딸을 찾았다. 하루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환자복 바짓단이 검게 변한 채로 돌아온다. 혜주는 그의 발에 난 상처에 소독약을 발라준다. 하루 종일 울며 아버지를 찾았지만, 다그치지 않는다. 말 없는 부녀의 모습이 어딘지 닮았다.

새롭게 마주한 진실은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단편 ‘우리[畜舍]의 환대’ 속 재현은 아내와 함께 아들 영재가 지내는 호주로 향한다. 그는 27세에 호주에서 새 학교를 다니려는 영재를 이해할 수 없다. 3년 만에 처음 방문한 영재의 집은 모든 것이 낯설다. 흑인 남성 노인, 20대 한국 여성과 한집에서 지내 왔다. 세 사람은 재현 부부를 환대하지만, 어딘지 그 관계가 꺼림칙하다. 영재가 호주를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가 점차 드러난다. 재현은 “이제 영원히 아들을 잃었음”을 깨닫는다.

2019년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부재’의 순간에서 느끼는 감정을 담담하게 그린 단편 9개를 묶었다. 인물들은 가족·애인 등 소중한 이를 이미 잃었거나, 잃는 과정에 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 슬픔을 응시한다.

소설은 무언가 떠난 자리를 비춤으로써, 현실 속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장을 덮으면 그동안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각자 주변의 인연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한 번쯤 용기를 내 그들을 환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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