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새해 결심
새해가 시작된 지 어언 일주일. 어떤 나날을 보내고 계신가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즈음이면 ‘올해는 다르게 살아보리라’ 결심하지만 막상 새 달력의 첫 장을 넘기게 되면 또 다른 한 주가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일쑤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연속하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끊어 살기 시작했죠. 삶에 대한 후회는 누구나에게 있지만 다시 태어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 인위적으로라도 새롭게 생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의지의 발로일 겁니다. 세속의 시간을 정지시켜 성스러운 시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모든 의례의 공통점이라는 이야기를 대학 시절 ‘종교학 개론’ 수업에서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한 해를 다시 시작하는 일에 종교적 경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를 일종의 의례라 여기기 때문이겠지요. 새해 첫 지면에 믿음의 힘에 대한 책 ‘기대의 발견’을 소개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믿으면 이루어지리라는 마음을 갖는 것 역시 정초의 의례 중 하나이니까요.
“삶은 언제나/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사랑도 매양/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라고 노래한 이는 김남조 시인입니다. ‘설일(雪日)’이라는 제목의 이 시에서 시인은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말없이 삭이고/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세상을 누리자”고 말합니다. 새해의 결심을 이보다 더 아름답게 그린 문장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새해의 눈시울이/순수의 얼음꽃,/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맑고 순정한 눈물을 떨구는 새해의 눈시울, 마주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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