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 ‘버크셔’ 설계자가 말하는 현명한 삶
찰리 멍거의 생일은 1월 1일이다. 2023년이 시작되는 날 99세가 되었다. 미국 남성의 평균 수명이 73세지만 그는 지금도 미국 투자 회사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으로서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매일 아침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서너 신문을 읽고, 책 두세 권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는 그는 50대 중반에 겪은 백내장 수술 실패로 왼쪽 눈을 잃었는데도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여섯 살 어린 워런 버핏과 의기투합하여 본격적으로 함께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으로, 45년이 지난 현재 버크셔해서웨이 시가총액은 약 900조원, 멍거의 개인 재산도 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멍거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다. “찰리의 가장 중요한 위업은 오늘날 버크셔가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그가 내게 준 계획은 간단했다. 적당한 사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은 잊어라. 대신 훌륭한 사업을 적당한 가격에 구입하라. 그러니 버크셔는 찰리의 계획대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 역할은 그 계획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었다.” 버핏이 보낸 찬사다. 백년을 살면서 세계 최고 기업을 설계해 온 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다면? ‘찰리 멍거 바이블’(에프엔미디어)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멍거는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세상을 바라볼 때 한 관점, 한 사상만 가지는 일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대신 수학, 회계, 심리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각의 프레임워크를 빌려 와서 사안에 따라 자유자재로 적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기를 권한다. 그는 인간이 얼마나 오류와 편향에 빠지기 쉬운지를 지적하면서, ‘오판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으로 25가지 경향을 집대성해 두었다. 이 책에서 목차를 딱 하나만 읽어야 한다면 이 부분을 추천한다.
훌륭한 투자자가 되려면 규율, 고된 노력, 연습이 필요하다. 호기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학습을 즐겨야 한다. 날마다 잠에서 깼을 때보다 조금 더 현명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멍거가 투자자에게만 주는 조언은 결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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