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어른들 눈에는 안 보이겠지만 내 마음속엔 매머드가 살아요!
분명히 봤다고요, 매머드!
알렉스 윌모어 지음·그림 | 신수진 옮김 | 국민서관 | 40쪽 | 1만4000원
아이 한 명이 탐험대의 어른들과 함께 남극에 도착했다. 어른은 펭귄을 연구하러 왔지만 아이 꿍꿍이는 딴 데 있다. 바로 수만년 전 멸종했다는 매머드를 만나는 것. 어른은 아이를 이해 못 한다. 이렇게 멋지고 귀엽고 기품 있는 펭귄들이 사방에 가득한데. 남극에는 살았던 적도 없는 매머드라니.
그런데 이게 웬일. 씩씩대며 주변을 돌아다니던 아이가 진짜 매머드를 만났다. “엄청 커다란 매머드였어요. 선글라스를 쓰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었다니까요!” 어른들은 ‘그럴 리 없다’며 귀 기울이지 않고, 펭귄들까지 덩달아 아이를 놀려댄다. 이젠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어른들에게 증거를 보여줘야 할 차례다.
‘어른이 된다’는 건 ‘더는 믿지 않게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인지도 모른다. 하늘 위의 천사도, 크리스마스마다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도, 연필과 지우개를 슬쩍해 가는 요정도 마찬가지. ‘없음’에 대한 지식을 얻고 확신으로 바꿔 쌓아올리며 아이는 세상이 허용한 틀 안에서만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간다. 하지만 아이들 눈에 세상은 여전히 인간의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큭큭 웃음을 참기 힘들도록 유머 넘치는 그림은 가장 큰 매력. 매머드는 아이 앞에 다시 나타날 때마다 소품을 하나씩 더 걸치는 배우처럼 과감해진다. 분홍색 발레 튀튀를 입고 춤추더니, 영국 신사 모자에 물안경을 쓰고 헤엄도 친다. 토라지고 기뻐하고 놀라는 아이의 표정도 생생하다.
모두가 비웃는 믿음, 남과 다른 나만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크게 소리 내 외칠 때, 마침내 새로운 발견이 모두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름’과 ‘타자’를 향한 공감과 인정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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