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해체 가능한 주택
삶의 공간이 아니라 막강한 자산이자 투자수단, 더 나아가 사회적 계층의 표상이 되어버린 집에서 일상의 피로를 푸는 게 가능할까. 세대를 이어가면서 삶의 궤적을 축적한 오래된 주택도 매력 있지만, 지하실 어딘가에 숨겨진 쓰레기 더미가 썩어갈지라도,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가 심각할지라도 역세권에 자리 잡은 아파트의 자산가치를 더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집을 보금자리로 가꿔나갈 수 있을까.
집을 구하려는 자에게는 집값이 뛰어오르는 것이 재앙이고, 집을 산 자에게는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재앙이다.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 타협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지향 사이 합리적 결정은 휘발되고, 증폭되는 갈등과 쏟아지는 정책 아래 피로감만 가중되는 요즘, 1900년대를 살았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였던 장 프루베가 제안한 건축물 ‘임시 주택’을 보며 집의 목적을 돌아본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프랑스에서 독일군이 물러난 뒤 프랑스 정부는 장 프루베에게 폭격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임시 주택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이 작업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건축 속도였다. 최소의 부품으로 조립·분해가 가능한 주택을 구상한 그는, 땅을 파지 않고 땅 위에 철제 프레임으로 기초를 놓은 뒤 목재를 끼우는 방식을 통해 세 사람이 단 하루 만에 지을 수 있는 주택을 설계했다.
주택은 닳아 없어져야 하는 구조물이라고 말했던 장 프루베가 만든 임시 주택 400채는 전쟁난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땅을 잠시 점유할 뿐 영구히 점령하지 않았던 주택들은 용도를 마친 뒤 대부분 철거, 폐기되었지만 남겨진 몇 채의 ‘임시 주택’이 한 시대의 미감을 선도한 예술가의 감각과 철학을 전하고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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