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온 스케이터 “태극마크 달고 올림픽 갈래요”

최수현 기자 2023. 1.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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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도전의 해가 뜬다] [4]
동계올림픽 한국 대표 꿈꾸는 아이스댄스 임해나·예콴 조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32), 차준환(21) 등 남녀 싱글 종목 스타를 여럿 배출했지만, 아이스댄스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출전했으나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임해나(18)-예콴(21) 조가 등장해 한국 아이스댄스 역사를 거침없이 새로 썼다.

아이스댄스 임해나(왼쪽)와 예콴./장련성 기자

2021-2022시즌엔 주니어 그랑프리 동메달을 따내 한국 아이스댄스 첫 ISU(국제빙상경기연맹) 대회 입상을 해내더니, 올 시즌엔 금·은메달을 추가했다.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성적순으로 상위 6팀만 나서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지난달 한국 아이스댄스 최초로 진출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모가 한국 출신인 임해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한국·캐나다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예콴은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지난 5일 의정부에서 개막한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한국에 온 두 선수를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이들은 사진 촬영 내내 다양한 자세를 보여줬는데, 포즈 하나 정할 때마다 서로 진지한 대화를 한참 나누곤 했다.

2019년 몬트리올 아이스 아카데미에서 만나 파트너가 된 임해나와 예콴은 “서로 소통을 더 잘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올 시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2021년부터 한국 대표로 ISU 대회에 나섰다. ISU 대회에는 같은 조 두 선수 중 한 명의 국적을 택해 출전할 수 있다. “사이가 좋지 않을 땐 코치들이 우리 연기만 보고도 눈치를 채요.”(예콴) “무례하지 않게, 비난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함께 찾으며 관계도 좋아지고 스케이트도 성장했어요.”(임해나)

리프팅 자세를 취한 아이스댄스 임해나(위)와 예콴. 지난 시즌부터 주니어 그랑프리 메달을 따내며 한국 아이스댄스 역사를 새로 쓴 이들은 다음 달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다음 시즌 시니어 데뷔를 앞두고 “더 어려운 기술을 훈련하고 더 성숙한 연기를 하면서도 우리의 정체성과 강점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올 시즌엔 팬들이 생기고 소셜미디어 팔로어도 늘었다.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린 이탈리아에서도 우리를 응원해주고 사인을 요청하는 한국 사람들을 만났어요. 처음 겪어보는 멋진 경험이었죠!”(임해나) “미국, 일본, 이탈리아 사람들도 우리를 응원해줬어요. 힘든 훈련을 이어갈 자신감을 얻었습니다.”(예콴)

성공적 시즌을 보내면서 이들은 “스트레스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임해나는 “지난 시즌까진 아무도 우리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됐다”며 “그래도 우리가 스케이트를 좋아하고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대회에 나선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팀의 강점을 묻자 임해나와 예콴은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파트너끼리 연결되고, 관중도 우리 연기에 연결시킨다”고 답했다. 영화를 여러 편 보는 등 다양한 연구와 조사 과정을 거쳐 배경 음악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올 시즌 리듬댄스 프로그램은 탱고 음악에 맞춰 ‘금지된 사랑’을 주제로 삼았다. “우리가 어떤 동작을 제안하면 코치가 물어요. ‘네가 맡은 캐릭터는 지금 파트너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니? 이 프로그램 전체를 통해 서로에게, 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생각이지?’ 답하기가 쉽지 않지만, 묘사와 표현에 큰 도움이 되죠.”

예콴은 “해나는 외향적이고 열정적이며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를 좋아한다”면서 “반면 나는 좀 더 보수적이고 하나에 집중하기를 원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목표는 같다. 다음 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주니어선수권 메달을 노린다. 다음 시즌 데뷔하는 시니어 무대에선 “첫 시즌부터 기억에 남을 만한 팀이 되고 싶다. 우리의 정체성과 강점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더 큰 목표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이다. ISU 대회와 달리 올림픽에 나가려면 같은 조 두 선수의 국적이 같아야 하기 때문에 예콴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고 한국어를 공부해 왔다. “처음엔 정말 어려웠어요. 이제는 읽고 쓸 수 있고, 몇몇 단어는 알아들을 수 있죠.” 임해나-예콴 조는 이번 종합선수권에서 5일 리듬댄스 67.12점, 6일 프리댄스 102.33점을 받아 총점 169.45점으로 아이스댄스 주니어 부문 1위에 올랐다. “관중을 직접 볼 수 있어 에너지가 생겼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아이스댄스 임해나(왼쪽)-예콴 조가 지난 5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77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탱고 음악에 맞춰 리듬댄스 연기를 펼치고 있다./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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