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RA 개정보다 현실적 손익 따져볼 필요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사진)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5일(현지시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IRA의 개정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상황에서 가능성이 작아진 법 개정에 매달리지 말고 다른 창의적 방안 마련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커틀러 부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탄생의 주역으로 2006~2007년 협상 때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그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한 IRA로 인해 한국산이 차별받게 된 상황에서 한국이 느낄 좌절과 배신감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통상 환경을 볼 때 앞으로도 ‘온쇼어링(미국 내 공급망 구축)’과 ‘프렌드쇼어링(동맹국에 공급망 구축)’ 간의 긴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이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안보를 더 우선시하게 됐고 전통적인 무역 이슈는 덜 중요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Q : 한국은 IRA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A : “동의한다. 내가 협상에 참여한 한·미 FTA의 목적은 서로를 파트너로 대하며 차별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느끼는 좌절과 배신감에 동감한다. 그러나 이 법으로 인해 얻게 될 엄청난 기회도 고려하길 바란다. 특히 배터리 분야의 보조금 혜택은 한국 제조업체에 돌아갈 수 있다. 한국의 파트너들은 어떤 부분이 해가 되고 도움이 될지 평가해 보길 권한다. 미국도 이 같은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Q : 법을 고치는 게 가능할까.
A : “낙관적이지 않다. IRA 입법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부분 개정을 한다 해도 일단 뚜껑을 열면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에서 엄청나게 수정을 하러 달려들 것이다. 이런 입법의 한계를 고려할 때 과연 뭘 할 수 있을지, 무역 파트너들은 현실적인 기대를 할 필요가 있다.”
Q : 그렇다면 뭐가 최선의 시나리오인가.
A : “지난달 미 재무부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전기차에 리스차를 포함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무역 파트너들, 특히 한국의 우려를 줄이는 의미 있는 첫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 재무부는 여전히 최종 규정을 내놓기 위해 작업 중이다. 현시점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과 파트너들이 협력해 창의적 방법을 찾는 것이다.”
Q : 조 바이든 정부의 무역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A : “비슷한 점도 분명히 있다. 둘 다 중산층과 노동자들의 필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동맹·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했다는 차이가 있다. 수입 규제는 계속 이뤄졌지만 트럼프 정부 때처럼 일방적이진 않다.”
Q : 앞으로도 보호주의적 입법이 계속될까.
A : “지금 추세를 과소평가할 순 없다. 그동안 온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에 대한 수요에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 왔는데 IRA로 분쟁이 일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미국의 파트너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긴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Q : 최근 여러 사건을 겪으며 국가 간 무역 행태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A : “맞다. 그동안 국제사회엔 더 많은 나라와 교역하면서 경제적으로 얽히게 되면 군사적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거란 오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런 믿음은 무너졌고 이로 인해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무역과 경제 협력 분야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세계 각국도 경제안보 차원에서 공급망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전통적인 무역 이슈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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