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확장억제, 나토식 핵 공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최익재 2023. 1. 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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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남북관계 해법으로 군사적 억지력과 함께 외교력 강화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뿐 아니라 무인기까지 동원해 서울 상공을 위협하면서 도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확장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처럼 냉각된 남북, 북·미 관계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주러시아 대사 등을 지낸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을 만나 최근 현안들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다.

Q : 확장억제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A :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정부에서 중단됐던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언급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과 겹쳐지면서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 이를 양국 간 이견이란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Q :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바람직할까. 나토식 핵 공유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이 나온다.
A : “가장 중요한 건 이전보다 크게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핵 자산 운용에 있어 한국 정부의 개입을 그다지 허용하지 않았다. 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 간 핵 공유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나토와 미국은 핵계획그룹(NPG)을 설치해 여기에서 협의를 통해 핵 운용 방안을 최종 결정한다. 다년간 대미 협상을 했던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미국 정부가 한국을 나토처럼 대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확장억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과 규범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 적어도 나토의 NPG 같은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사전 준비기구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과연 유사시에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상설 협의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금은 북한의 핵무기가 완성되지 않은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Q : 확장억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을 평가한다면.
A : “현재 추진하는 방향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 측이 그다지 열의를 갖고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미 정부의 기본 스탠스는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다. 한국은 의문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이보다 더 강력하고 시스템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Q : 핵무기 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도 작지 않은데.
A :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도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전술핵을 사용해 남한을 공격했을 때 미국이 핵무기로 대응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확장억제에 대한 믿음은 무너질 것이다. 이런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도 한·미 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확장억제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Q :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 북한 핵과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A : “핵 개발이나 핵 반입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다. 핵 개발 도미노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고 수출 위주 경제에도 치명적일 것이다. 일부에선 국가안보와 관련해서는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NPT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제조약에는 국익을 크게 침해할 경우 탈퇴가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명목상의 조항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런 조항을 들어 핵 개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가정을 전제로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만일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국내에선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이다. 북핵을 막기 위해 핵 개발 또는 전술핵을 들여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술핵과 관련한 미국의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

Q :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영토를 다시 침범하면 9·19 군사합의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당분간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남한 정부도 공세적으로 맞섰다. 북한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한·미 연합전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이런 전략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방향은 맞다. 하지만 억지력 강화와 동시에 대북 외교력을 키우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팃 포 탯(tit for tat·맞불 놓기)’에만 몰입하면 외교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다. 궁극적으로 남북 문제는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Q : 북한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올까.
A :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초창기에도 군사적 도발과 함께 한·미에 대한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런 분위기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급반전됐다. 당시 북한은 내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모든 과정을 컨트롤하면서 미국과 남한을 주무르고 있다고 선전했다. 북한은 또다시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뒤 협상 테이블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사실 이런 전략은 그동안 북한이 보여온 패턴 중 하나다. 바이든 정부 이후가 될 수도 있지만 언젠가 북한은 협상에 나설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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