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실 담은 노래"…순위 없는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기사내용 요약
김광석 27주기인 6일 오후 학전블루 소극장서 펼쳐져
김민기 학전 대표 겸 추모사업회 회장 "젊은 음악인 든든한 발판되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여기 모인 가수들 1위 한번 못해봤어요. 김광석도 '가요톱10' 1위를 못했죠. 그런데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선 1등이잖아요. 이렇게 오래 남아 있잖아요."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1996) 27주기인 6일 오후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제 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MC를 본 가수 박학기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시각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 밖에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2012년부터 펼쳐진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를 확장해 올해 처음 열린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도 순위가 없다. 총 102팀이 지원한 예선을 뚫고 이날 본선에 진출한 7팀 모두 주인공이었다.
다른 경연대회처럼 1등이나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다. 모든 방면에서 골고루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축복이 김광석상을 받았고, 김지성이 다시부르기상을 차지했다. 그 외 가창상 유태, 연주상 소보, 편곡상 이주영, 작곡상 오창석, 작사상 권별 등 모두에게 상이 돌아갔다. 김광석상에게만 상금 200만원과 콜트 어스 100 기타가 주어졌고, 나머지 수상자에겐 상금 100만원씩과 경은 어쿠스틱에서 기타를 제공했다.
박학기는 "순위를 정하지 않고 각 팀의 장점을 살려 수상자를 결정하다보니 심사 결과가 오래 걸렸다"면서 "전체 102여팀이 모두 주인공"이라고 했다.
이날 심사위원은 포크·공연계의 대부이자 극단 학전 대표 겸 김광석 추모사업회 회장인 김민기, 성공회대 교수인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장, 작사가 김광희, 가수 한동준·권진원, '동물원' 박기영, '유리상자' 박승화가 함께 했다.
김창남 교수는 영국 화가 겸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존 버거의 말을 빌려 이날 심사평을 전했다. "이 세계의 진실을 묘사하기엔 산문의 언어는 부족하다. 진실은 노래를 통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다. "김광석의 노래가 삶의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노래했고, 그래서 지금도 새롭게 불리고, 계속 기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흉내내고 따라 부르는 게 아니라 나의 눈으로 보면서 세상의 진실을 드러내고 그걸 마음으로 나누고자 하는 게 김광석 노래상에 걸맞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먼지가 되어'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등 김광석 노래를 다시 불렀을 뿐 아니라 '페이지'(소보), '이 밤'(김지성), '꽃은 나무를 사랑했네'(권별), '무화과'(오창석), '소야곡'(유태), '자장가'(이주영), '그리운 시간'(전축복) 등 창작곡을 들려준 이유다.
김 교수는 또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말을 빌려 이날 경연대회의 의의를 정리했다.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면서 "세상에서 나아가기 위해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는데 노래는 그 방편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다. 김광석의 노래가 소환되는 이유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이날 노래들이 미래에 지금을 기억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기 대표는 "오늘 이 상이 앞으로 젊은 음악인의 든든한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이가 많아지면 고마워할 사람도 많아진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는 후원사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뮤직카우 그리고 협찬사인 경은어쿠스틱, 콜트 사에 감사하다고 담백하지만 꾹꾹 눌러 말했다.
이날 약 200석을 채운 관객들은 참가자들을 응원한 동시에 김광석을 그리워했다. 1952년생부터 2011년생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자리에 함께 했다. 이날 김광석이 거쳐간 포크그룹인 동물원이 '혜화동' '변해가네' 두 곡을 들려주며 축하 무대를 꾸몄다. 학전블루 소극장은 김광석이 극장이 개관한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열어 1000회 이상 공연한 곳이다. 학전 개관전인 1988년 이 극장 인근의 샘터파랑새극장에서 김광석과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던 멤버들은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박승화 역시 김광석이 자신을 발탁해 공연하던 때를 떠올리며 고마워했다.
극장 공중에 매달린 사진 속 김광석의 모습이 이들과 관객을 바라보며 여전히 노래하고 있었다. 학전블루 소극장 마당에 세워진 김광석 노래비엔 꽃다발, 소주 등 고인을 기리는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날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상패는 이 노래비 모양을 딴 어디에도 없는 예술작품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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