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부터 현대사까지 138억년 한눈에

김용출 2023. 1. 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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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생성·태양계 형성·생명 출현 등
8개의 ‘문턱’으로 유구한 흐름 총정리
물리학·화학 등 다양한 학문 넘나들며
탄소 연대측정법 등 과학적 성취 기반
다가올 수십억년 뒤의 미래까지 조망

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신시아 브라운·크레이그 벤저민/이한음 옮김/웅진지식하우스/3만3000원

지금으로부터 138억년 전, 빅뱅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와 물질이 버무려진 수프 같은 것이 분출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 빅뱅 직후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의 4가지 힘과 ‘원자 물질’이 출현했다. 초기 우주는 매우 단순했지만, 엄청난 에너지 흐름으로 가득했다.

38만년 정도가 지나자, 빠르게 팽창하면서 식어간 우주 곳곳에서 전하가 양성자와 결합해 수소와 헬륨, 기타 원자들이 생성됐다. 2억년이 되자, 균질하지 않게 구름처럼 존재하던 수소와 헬륨 원자들이 중력의 압력으로 뭉쳐지고 내부에서 융합하면서 무수히 많은 별과 은하를 탄생시켰다. 이때부터 우주는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거대사 분야의 대가인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매쿼리대 교수와 신시아 브라운 박사 등이 집필한 대표적 빅 히스토리 책이 번역 출간됐다. 빅 히스토리는 우주 탄생부터 현대사까지 138억년의 역사를 개괄한 거대사다. 사진은 소용돌이 은하. 세계일보 자료사진
초신성을 비롯해 별들은 대개 융합과 포획 등을 통해 철과 납 등 새로운 많은 원소를 만들어냈고, 수십억 년을 거쳐 은하 안에서 죽어가며 우주 공간에 흩뿌렸다. 이들 새 물질은 새롭게 형성된 별 주위에 모여서 행성계를 이루기 시작했다.

약 46억년 전, 현재의 태양계 위치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새로운 물질을 흩뿌렸고, 이들 새 원자와 분자 등으로 이뤄진 물질 구름은 모이고 공전하면서 원반 모양이 된 뒤, 내부에서 붕괴해 원시 태양이 됐다. 이때 원시 태양 궤도를 돌면서도 태양 속으로 빨려들지 못한 성운 부스러기는 지구를 비롯해 행성을 형성하게 됐다.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이 된 지구는 한동안 지옥 같았다. 수많은 크고 작은 충돌을 겪으며 무척 뜨거웠고, 이산화탄소로 들끓었다. 특히 화성 크기 정도의 천체와도 충돌한 뒤 충돌에서 튕겨나간 일부 물질이 지구궤도에 갇힌 후 뭉쳐 달이 탄생했다.

지구가 안정되기 시작한 약 38억년 전쯤, 바다에서 어떤 화학물질로부터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다. 이른바 ‘화학적 진화’를 통해 탄생한 최초의 생명은 단세포 미생물이었다. 생명은 약 20억년에 걸쳐 광합성과 호흡, 유성생식 등을 차례로 갖추었고, 5억년 전부터 단순한 다세포생물에서 식물, 균류, 동물로 다양하게 진화했다. 불어난 생물들은 육지로 올라왔고, 시간이 흐르면서 공룡과 포유류로 진화했다.

6500만년 전, 지름이 9.6㎞에 이르는 거대한 소행성이 지금의 유카탄반도 북부에 떨어지면서 공룡을 비롯해 육지에 사는 종의 90%가 전멸하는 다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포식자 공룡이 사라지자, 포유류가 지상의 지배자가 됐다.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의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추위가 극심했던 700만년 전, 침팬지와의 공동 조상으로부터 흔히 ‘호미닌’으로 불리는 사람아과의 인류 조상들이 등장했고, ‘아르디’로 불리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와 ‘루시’로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등의 진화를 거쳐, 약 25만년 전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다.

거대사 분야의 대가인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매쿼리대 교수와 신시아 브라운 박사 등이 이처럼 빅뱅부터 시작해 별의 탄생, 원소의 생성, 태양계 형성, 생명의 출현,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농경의 시작, 근대 혁명과 인류세의 도래라는 8개 ‘문턱’으로 138억년의 유구한 흐름을 정리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보다 스토리텔링이 유려하진 않지만, 다양한 학문을 넘나드는 넓이와 스펙트럼에선 오히려 압도적이다. 빅 히스토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빅 히스토리는 기록이나 구전 등 기존 보편적인 역사 방법론뿐만 아니라 우주론, 물리학과 화학, 지질학, 생물학 등 각종 최신 과학적 성취와 방법을 총동원해 우주 탄생부터 현대사까지 138억년의 역사를 개괄한 거대사다. 즉 천체물리학을 통해선 빅뱅 이론을 도출하고, 일반 물리학과 화학을 통해선 별과 원소의 탄생을 설명하며, 지질학의 판구조론으로 대륙과 바다의 진화를 보여주고, 생물학을 통해서 생명의 진화와 인류 탄생을 설명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신시아 브라운·크레이그 벤저민/이한음 옮김/웅진지식하우스/3만3000원
이처럼 담대한 빅 히스토리가 가능하게 된 저변에는 과거 사건들의 연대를 측정하는 신기술, 이른바 ‘크로노미터 혁명’이 자리한다. 기존 역사가 주로 문자나 구전 등 사료를 바탕으로 한다면, 빅 히스토리는 탄소 연대측정법이나 방사성 연대측정법, 유전적 연대측정법, 우주배경복사를 통한 측정법 등 최신 과학적 성취에 기반한다.

다만, 우리가 기존에 공부했던 세계사 내용은 지구사적 차원으로 다뤄지되, 크게 압축된다. 가령,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부터 시작해 도시와 문명의 탄생, 고대 국가와 제국의 탄생, 중세와 르네상스, 근대와 현대로 이어져온 기존 체제는 대폭 축소해 농경의 시작, 근대 혁명과 인류세 도래로만 다뤄진다.

특히 빅 히스토리는 단순히 과거만 살피고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가올 미래까지도 담는다. 138억년의 거시 역사를 바탕으로 인구 증가와 화석연료, 기후불안, 생태계 파괴 등 100년 뒤 근미래와, 수천 년 뒤의 중간 미래, 그리고 지구와 태양계, 우주를 포함한 수십억 년 뒤의 먼 미래까지 조망한다.

저자들은 100년 뒤의 근미래를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나눠서 살펴보고, 수천 년 뒤 중간 미래의 경우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 등을 통해 전망한 뒤, 수억에서 수십억 년 뒤 먼 미래를 다음과 같이 관측한다.

“아마 30억∼40억년 후에 태양은 연료가 고갈될 것이다. … 적색거성으로 변하여 지금보다 훨씬 크게 부풀 것이다. 그 단계에 태양의 바깥층이 지구궤도까지 밀려 나와서 지구를 집어삼킬 것이다. 따라서 지구와 모든 지구 생물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 까마득히 긴 세월이 흐른 후 결국 우주의 블랙홀조차 에너지를 잃으며 증발하기 시작할 것이다. 우주는 영구히 커지면서 단순해질 것이다. 영원히.”(583∼585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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