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농슬라’ 100t ‘광슬라’ AI 장착 헬스기기에 “와” 탄성
첨단 신기술 경쟁
올해도 전시의 중심축은 가전제품이 많은 센트럴홀보다 모빌리티가 있는 웨스트홀이었다. 130만㎡(약 3만9000평) 규모의 웨스트홀에는 자율주행차·전기차 등이 가득해 거대한 자동차 박람회장을 연상케 했다. 테슬라는 지난해에 이어 지하 터널 ‘베이거스 루프’를 통해 전기차로 관람객을 메인홀에서 웨스트홀로 실어날랐다. 관람객들은 이날 내린 비를 피하며 도보 15분 거리를 1분 만에 이동했다. 농슬라(농업+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의 인공지능(AI) 트랙터와 광슬라(광업+테슬라)인 건설기계업체 캐터필러가 전시한 육중한 트랙터도 보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노동력 부족 심해 AI 휴먼에 관심 커”
바로 옆 부스에는 캐터필러의 100t 트럭 ‘Cat777’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직원 재그 새마라와라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자재를 빠르게 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생산성 전자 제어전략’(APECS) 기능을 탑재했다며 “이건 ‘베이비 트럭’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현장에서는 더 큰 차량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올해 CES 최고 혁신상을 받은 이들 제품은 첨단 모빌리티가 1차산업에 일으킬 혁신을 상징한다. 주관사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짚은 올해 CES 키워드는 모빌리티,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그러나 결은 다르다. 올해는 농기구·중장비의 자율주행, 헬스기기에 장착된 AR, 기업 판매용(B2B) 메타버스 처럼 기존 산업에 바로 적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이 주목받았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라이는 도심항공교통(UAM)과 항공산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트윈과 정밀지도 기술을 내놓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정지원 모라이 대표는 “이번 CES에서는 기술 자체를 자랑하기보다는 상용화됐느냐, 얼마나 효율적이냐를 보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딥브레인AI는 AI 휴먼이 고객 음성을 인식해 주문하는 대화형 키오스크를 전시했다. 키오스크 안에 등장한 이는 가상 인간이 아닌, 회사가 실존 모델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만든 가상 쌍둥이(디지털 트윈)다. 내가 가지 못하는 곳에 가상 쌍둥이가 대신 가서 일하며 나 대신 돈을 벌어오는 셈이다.
한국 기업은 총 550여곳이 참가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삼성전자 전시관 앞에는 복도까지 줄이 늘어섰다. 삼성관계자는 “개막 첫날과 둘째 날 그룹투어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예약이 꽉 차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부스 입구에는 올레드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장을 이어 붙인 초대형 조형물 ‘올레드 지평선’이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자리에 서서 파도가 치고 대형 고래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한참 동안 감상했다.
미·중 갈등 탓 중국 기업 참가율 저조
한때 침체기를 겪던 일본기업은 미래기술로 무장해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LG전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부스를 마련한 소니 메타버스 체험 존에서는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체험자가 “레츠 고”를 외치며 박수 치자 10초 후 그와 똑 닮은 아바타가 메타버스에 등장했다. 머리 스타일, 옷차림뿐 아니라 움직임까지도 정교하게 표현했다. 메타버스와 별도 안경 없이 3D 효과를 내는 디스플레이를 체험하려는 대기 줄이 이어졌다. 소니와 혼다의 합작 전기차 ‘아필라’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카메라 제조업체 니콘 부스에는 건설현장 등에서 사용하는 로봇 팔, 카메라와 로봇을 결합한 오토바이 라이드존이 눈에 띄었다. 탄소 중립을 선언한 파나소닉은 입구에 태양광으로 광합성을 하는 나무를 배치하며 ‘그린 임팩트’를 강조했다.
반면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CES 참가율은 저조했다. 가전 기업 TCL과 하이센스 정도만 눈에 띄는 규모의 전시장을 꾸몄다. 이들은 모바일기기부터 TV,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전시했다. 제품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은 한국 기업과 다른 분위기였다.
라스베이거스=심서현·최은경·박해리·고석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