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쇼크’에도 반도체株는 ‘훨훨’…연초 인기폭발 이유는? [투자360]

2023. 1. 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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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주가, 6~9개월 경기 선행지표와 동행…단기 실적·업황에 영향 無”
어닝쇼크에 설비투자 축소 가능성↑…재고 문제 해결 움직임 호재
정부 세액공제율 상향조절도 호재…“세수 부족분 3600억원, 반도체 업종 순이익으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9.6%, -41.6%. 지난 1년간 반도체 관련주 대표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등락률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高)금리 정책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결과다. 지난 6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에선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하는 영업이익를 기록하며 엄혹했던 현실이 그대로 숫자로 나타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똑같은 현실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작년과 올해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연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올 들어 주가가 하락한 날은 3일 하루 뿐이었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수요에 민감한 반도체 업황의 특성상 주가가 경기 지표에 선행해 움직이는 만큼,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바닥론’이 아직 섣부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37%(800원) 오른 5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들어서만 6.7%(3700원) 상승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세가 주목 받은 것은 역대급 ‘어닝 쇼크’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으로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9%나 줄어든 수치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와 비교하면 무려 37.44%나 하회하는 수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밴드 하단인 주가순자산비율 1.1배를 기록해 메모리 다운 사이클 우려가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실적개선을 고려한 주가 반등을 기대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등 시스템 리스크를 제외한 모든 악재가 거의 다 나왔다는 뜻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분기 실적은 크게 악화했지만, 반도체 주가는 6~9개월 이후의 업황과 실적을 경기 선행지표에 동행한다”며 “단기 실적이나 업황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D램 반도체 설비 업체들은 ‘설비투자(CAPEX) 감소→전방산업 재고 축소→반도체 수요 재차 증가’로 회복 사이클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나 SK하이닉스와 달리 지금껏 설비투자 축소를 언급하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 전반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재고 문제에 대한 해결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전일 대비 2.09%(1700원) 오른 8만3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하락과 함께 물량도 바닥권에 들어와 재고 피크아웃(정점 통과) 기대도 높아졌다”며 “최근 메모리업체들이 수요 하락 부담으로 재고를 밀어낸다는 걸 감안하면 추가적인 감산에 따른 수급 개선 가시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정부의 세액공제율 상향조정도 반도체 관련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으로 세수 부족분이 3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이는 그만큼 반도체 및 관련 업종의 순이익 증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대한 본격적인 매수에 뛰어들긴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주가가 저점 부근에 온 것은 맞지만 반도체 부문의 평가손실이 얼마나 났는지 더 살펴보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개선을 위한 (반도체 업계의) 공급 전략 수정은 관련 업체들의 주가에 분명 긍정적 요인이지만, 서로 상대방이 실제로 투자 재축소에 나서는지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 이외에)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것이 업황 반등의 '충분조건'을 채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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