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에서 현재까지…138억년 담긴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외 지음
이한음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우주의 빅뱅부터 현재의 인류사까지 하나로 꿰는 거대사, 이른바 ‘빅 히스토리’(Big History)의 대표적 교과서를 지향하며 집필된 책이다. 영문 원서는 2014년 처음 나왔다. 세 저자 가운데 호주 매커리대 교수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이 신생 학문의 창시자. 이 책은 138억년에 달하는 장구한 역사의 주요 고비로 빅뱅·별·행성·생명·농경 등 8가지를 복잡성 증가의 문턱(threshold)으로 제시하는 등 빅 히스토리의 전반적 특징도 헤아릴 수 있다.
특히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출현 등에 대해 지금 인류가 알고 있는 것은 물론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과거의 관련 이론이나 이를 바꾼 현대 과학의 성과 등을 한꺼번에 설명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동위원소나 DNA를 통한 연대 측정법이 과거에 대한 시야를 어떻게 바꿨는지, 20세기초까지 푸대접 받았던 대륙이동설이 어떻게 현대 지구과학의 핵심 패러다임인 판구조론으로 받아들여졌는 지 등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다. 속칭 이과와 문과를 통합한 역사이자 과학사까지 아우르는 역사인 셈이다.
각 분야 최신 연구와 새로운 관점을 반영하려는 면모는 인류사 서술에서도 짐작된다. 일례로 농경 문명 시대에서는 아프로·유라시아만 아니라 메소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농경 아닌 수렵채집 단계였던 오스트랄라시아 등도 비중있게 다룬다. 농경 시대는 혁신의 속도가 무척 느렸는데, 당시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보다 군사력을 동원한 공납 등 이웃 나라의 부를 빼았는 편이 나았다는 점도 그 이유로 든다. 농경 시대를 설명하는 데는 맬서스 주기도 자주 동원된다. 18세기 『인구론』을 쓴 영국 경제학자 맬서스의 이름을 따온 용어로, 경제·인구·문화·정치 등이 팽창하다가 쇠퇴를 겪는 수백년의 긴 주기를 가리킨다.
저자들은 21세기초에도 화석연료의 고갈 등 인류가 맬서스 위기에 직면할 것임을 시사하는 징후가 많다고 썼다. 과거와 현재만 아니라 100년, 수천년, 수십억으로 나눠 미래까지 가늠하려 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 다만 수천년 뒤의 미래는 SF 소설을 인용해 설명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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