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계묘년 정치 방향타, '민생'으로 돌려라
"이게 다 문재인 탓" vs "이게 다 윤석열 탓"
계속되는 '이념 갈등' 정쟁에 국민은 '신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집단은, 권력이 있든 없든, 자기 집단의 신념을 강화하기 위해 타자를 만들어 세움으로써 비슷한 방식으로 타 집단을 통렬히 비난해왔다."
흑인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의 책 '타인의 기원'의 일부다. 2023년을 맞으며 읽은 이 책의 내용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에서는 정치, 경제, 문학, 사회, 문화, 역사 등등에서 흑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만, 작가의 의도는 권력과 통제를 위해 인종이라는 관념이 만들어졌다 데 주목했다. 특정 집단의 권력 유지를 위해 차별, 즉 타인화를 자행한 것으로 이해했다.
시선을 국내 정치로 돌려보자. 미국 역사에 뿌리 깊은 인종이라는 관념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 정치권의 '타인화'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집단의 타인화는 '극우'와 '빨갱이'로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념' 갈등을 자양분으로 우리 정치집단이 성장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는 2023년에도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분단 이후 현재까지 우리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 또는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 편 가르기에 집중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여전히 국민을 상대로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행태는 아마도 '이념 가스라이팅'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은 아닐까. 또, 이들이 현재도 이념을 바탕에 둔 진영 논리를 내세우는 배경에는 아직도 이들을 따르는 일부 무리 또는 동원되는 강성지지층의 존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엔 여야가 따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이게 다 문재인정부,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라거나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주사파'를 거론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그리고 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정적 제거' '민주주의 위기' '독재' '탄압' '과거 회기'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치권이 그렇게 떠들던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계묘년, 새해 벽두 보통 사람들은 '새로움'이란 기대를 한다. 개인과 가족, 직장, 사회 그리고 나라가 잘되길 희망한다. 한 나라 안에서 개인의 새해 소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노력이 우선하지만, 정치권의 역할도 있어야 가능해진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권 모습에서 희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쟁으로 철저하게 외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대의민주주의제인 우리나라는 선거제도를 통해 정당에서 출마한 이들 중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한다. 따라서 선출된 정치인은 정당에 속했다 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출된 정치인이 정당 소속이라 해서 국민을 외면하고 정당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만 일한다면 이익단체와 다를 바가 아니다.
여야 정치권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조정의 역할도 미미하다. 젠더, 노사, 계층 등의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책무가 있는 정치집단은 전략적으로 이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무능한 전략을 택한다. 여기에 더해 선거에서는 표를 염두에 두고 정당들이 앞장서 젠더 갈등, 노사 갈등, 계층 갈등을 부추기는 데 더 적극성을 보인다. 우리와 다른 타 집단을 비난하고 외면하는 전략인 것이다.
세상은 진일보했고, 국민의 눈높이는 전 세계에 맞춰져 있지만 정치권만은 여전히 이념 논쟁의 프레임에 갇혀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권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계속 이용 중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력 유지를 위해 진일보를 거부하는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까지 해본다.
'노예를 굳이 전혀 다른 종으로 취급해야 하는 필요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자기 자아가 지극히 정상임을 확인하려는 그들의 절박한 시도가 아닐까 싶다.'
책 '타인의 기원'의 이 글을 우리 정치집단에 비유하면 구시대적 이념 논쟁을 벌이며 상대를 비난하고 정쟁에 몰두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새해에는 정치권의 '절박한 시도'가 민생의 절박함으로 향하길 바라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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