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앵벌이' 교수였다"... 비수도권 대학 전직 교수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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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벌이 교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신입생 숫자를 채워야 했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신입생 미달 사태가 발생한 비수도권 다수 대학의 현실을 가늠할 경험을 담았다.
누리꾼들은 "교수가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비수도권 대학 상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 대학은 주변 농부들에게 장학금을 줘 가면서 입학시킨다고 하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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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친인척 동원해 등록한 후 취소"
"앵벌이 교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신입생 숫자를 채워야 했다."
전직 대학 교수가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신입생 미달 사태가 발생한 비수도권 다수 대학의 현실을 가늠할 경험을 담았다.
"비수도권 사립대 교수로 일했다"는 한성안 좋은경제연구소 소장은 "학과에서 (고등학교 입시설명회에) 나를 '앵벌이 교수'로 보냈는데, '재밌게 놀 수 있다'는 말 대신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학생들은 오고 공부가 싫은 학생들은 절대로 오지말라'고 했더니, 다음 날 즉시 교체됐다"고 했다.
고등학교 교사 식사 대접도 교수들 몫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입시설명회를 위해 교무실에 들어가면 선생님들이 잡상인 보듯 했다"면서 "설명회를 마치면 선생님들에게 점심을 대접해야 하는데 (식사 장소에) 못 오는 선생님들은 교무실로 식사를 배달해 달라고도 했다"고 썼다.
학생들에게는 입학 권유 전화도 해야 했다. 그는 "하도 전화를 해대니 학생들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서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전화한 횟수와 날짜, 내용을 학교에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서가 없으면 불호령이 떨어져 안 할 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래도 학생이 충원되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교수가 데리고 와야 한다"며 "지인과 친척에 읍소해 입학시킨 뒤 교육부 심사가 끝나면 등록을 포기하게 하기도 한다"며 경북 김천의 한 사립대에서 학과 교수들이 갹출해 신입생 등록금을 내주다 발각됐던 배경이라고도 설명했다.
한 소장은 이러한 대학 현실에 회의감을 표했다. 그는 "이렇게 진학한 학생들에게 '쉬운 내용을 아주 친절하게 가르치지 않으면 강의평가에서 욕을 먹는다"며 "솔직히 대학을 좀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엄청난 낭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쟁률이) 3대 1을 넘기지 못하면 무조건 정원 미달이라고 봐야 한다. 5대 1이 되더라도 거기도 '더 이상 대학이 아닌 건'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교수가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비수도권 대학 상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 대학은 주변 농부들에게 장학금을 줘 가면서 입학시킨다고 하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3학년도 전국 193개대 정시 경쟁률'에 따르면, 경쟁률이 3대 1을 넘기지 못한 대학은 68개 대학으로 이 중 59개 대학(86.8%)이 비수도권 대학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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