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사흘째 대치… 7~11차 투표서도 의장 못뽑아
민주당은 단 한 명의 이탈 없이제 프리스 원내대표에 몰표
미국 하원이 5일(현지 시각) 제118대 의회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7~11차 투표를 했지만 당선에 필요한 과반 득표자를 내지 못한 채 정회했다. 222석의 다수당 공화당 내에서 반드시 하원의장이 되겠다는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 우파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하원의장 부재 상태가 사흘째 계속됐다. 첫날 3차례, 이튿날 3차례를 포함해 이날까지 총 11번 투표를 이어갔지만 다수당으로 의장 선출의 열쇠를 쥔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계속 나오면서 과반 득표자를 내지 못했다. CNN은 “(44차 투표까지 갔던 1859년 이후) 164년 만에 가장 긴 하원의장 선거가 됐다”며 “다른 의원들의 인내심이 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 공전 상태를 끝내려면 매카시 대표가 사퇴한 후 새 후보로 의장 선거를 치르거나, 아니면 매카시 대표가 공화당 내 반대파 혹은 민주당 의원 일부를 설득해 218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하원의장을 정치 인생의 꿈으로 생각해 온 매카시가 완강히 버티는 데다 당내 반대파나 민주당도 타협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매카시는 일단 공화당 내 초강경 우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를 주축으로 하는 당내 반대파를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 의원 절반의 요청이 있어야 하원의장 불신임 표결을 할 수 있는 공화당 의원총회 규정을 의원 1명의 요청만 있어도 의장 축출 표결을 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했다. 또 법안 처리 방식을 규정하는 ‘하원 규칙위원회’에 더 많은 프리덤 코커스 의원을 배치하는 등의 양보안도 반대파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의장이 되더라도 ‘허울뿐인 의장’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매카시는 “어떻게 시작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끝내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공화당 내 반대는 수그러들 조짐이 없다. 이날 7~8차 투표에서 매카시는 201표를 얻는 데 그쳤고 나머지 공화당 표는 반대파의 바이런 도널즈 의원, 케빈 헌 의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에게로 분산됐다. 9~11차 투표에서 매카시를 지지하는 표는 200표로 더욱 줄었다. 매카시를 지지하는 표는 1~2차 투표에서 203표, 3차 202표, 4~6차 201표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이날 마지막 11차 투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자 하원은 결국 본회의 정회안을 통과시켜 의장 선출을 다음 날로 넘기기로 했다.
민주당이 매카시를 도와줄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 하원의원 212명은 11차에 걸친 의장 선거 투표에서 한 표의 이탈도 없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지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하원의장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은 본회의장을 비우지 말고 투표에 참석하라”고 공지했다. 하원의장 당선에는 ‘재석 의원의 과반’이 필요하며, 총 434명(435명 중 1명은 중간선거 직후 사망)의 의원이 전원 투표에 참석하면 매카시가 218표를 확보해야 한다. 다만 주말을 앞두고 일부 의원이 지역구로 돌아가 재석 의원이 줄어들면 더 적은 표로도 의장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10차례가 넘는 투표에도 공화당 내 분열이 계속되면서 미국 연방의회의 절반인 하원의 마비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원의장이 선출돼야 하원이 구성돼 입법 절차 등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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