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누르는 윤심?…나경원 `헝가리 모델` 저출생대책 `뒷북 저격`한 대통령실
'자녀 셋→주택대출 탕감'에 "尹정부와 상당한 차이" 꼬집기
'헝가리모델 4배' 羅 두달 전 제시…전날 당권 시사 영향?
與 친윤계는 '김기현 독상' 분위기…黨心동향·羅선택 변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 '자녀를 3명 낳으면 출산장려 대출금 원금까지 탕감'해주는 등 저출생 대책 아이디어를 거론한 다음날인 6일 대통령실이 콕 집어 '저격'하면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국민의힘 당권경쟁 개입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관련 정치적 해석에 긍정하지 않으나 부인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여론조사상 차기 여당 대표 후보군 중 여당 지지층, 사실상 당심(黨心)에서 선호도 선두를 달려온 나경원 전 의원의 정책 제안을 지목해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 규정하고 나섰다. 저고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연직 위원장이고, 나 전 의원이 지난해 10월 사실상 1인자인 부위원장으로 위촉돼 민간이끌어온 조직이지만 내부 소통을 해법으로 선택하지 않은 셈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북한 무인기 침범 계기 군 당국 문책론에 대응하는 브리핑 외에도 저고위 부위원장의 정책 제안을 반박하는 메시지까지 냈다. 브리핑을 자청한 안상훈 사회수석은 "나 부위원장의 어제 기자간담회 이후 질의가 많이 들어와 상황을 알려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관계부처 질문이 쇄도했고 그 내용을 대통령에게 중요 안건으로 올려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적절하게 그렇게 대응하라'고 말했다는 게 대통령실 측 입장이다. 안 수석은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부위원장 위촉장 수여 당시 윤 대통령이 "위원회가 집행기구처럼 일하라"고 주문했다고 했으나, 대통령 참모진 선에서 정부부처가 술렁였다며 반박하고 나선 그림이 됐다.
안 수석 브리핑에선 현재 정부의 구체적인 저출생 대책 구상이나 반대 사유는 공개 거론되지 않은 모양새다. 복지정책을 '사회서비스' 중심으로 설계하려는데 '현금 포퓰리즘' 제안이 나왔다고 치부하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나 전 의원은 전날(5일) 저고위 부위원장으로서 가진 신년간담회에서 헝가리의 출산 지원정책을 예로 들었다. 결혼 시 한화로 약 5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 출산시 무이자 대출로 전환, 둘째 출산 시 원금 절반 탕감, 셋째 출산 시 전액 탕감 순으로 혜택을 늘리는 모델이다.
나 전 의원은 "조금 더 과감하게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헝가리 정책이 모델로 거론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17일자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부터 "헝가리가 그 제도 도입 이후 출산율이 20% 올랐다"며 "우리도 한 번 서베이를 해봐야한다. 우리는 5000만원을 줘서는 안 될 것 같고 한 4배는 줘야 될 것 같다. 아이 셋 낳으면 원금까지 전부 탕감된다고 한다면, 아이를 낳지 않을까"라고 제언했다. "우리의 출산장려 지원금은 지금까지 효과를 못냈다고 봐야 한다"며 "기초단체·광역지자체·중앙정부가 다 날리고 중복된 게 너무 많다"고 진단하면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 앞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정책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출산과 연계해 주택대출에서 대출이자 경감을 넘어 원금도 탕감이 가능하게 하는 추가 지원정책도 구상하고 있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주택정책과의 조화, 막대한 재원의 확보가 관건"이라고 했다. 특히 "'현금지원에 대한 다양한 걱정'이 있지만, 돈의 교부가 출산을 결심케 하지는 않지만, 돈 투입 없이 출산율 제고한 국가는 없다"며 "마지막 골든타임을 앞두고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장관급 직책을 맡았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비상근직'이라며 몸을 낮춰온 나 전 의원은 '집행기구처럼 일하라'는 대통령의 주문과 거리가 있는 조직 규모와 기능적 한계를 털어놓기도 했다. "(기존) 업무는 '평가'와 '장기계획 마련'에 불과하고 직원 19명, 자체사업은 하나도 없는 '연간 20억' 예산을 갖고 무엇을 할 수 있었겠나"라며 "내가 부임한 후, 위원회의 명칭을 '인구미래전략위원회'로 변경하는 입법을 추진해 법안을 기(旣)발의하고, 예산을 일단 16억 가량 증액했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7개 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이던 저고위 산하에 총 11개 부처 차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운영위 체계를 갖췄고, 차관 회의를 거쳐 4대 분야 6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추진키로 했으며, 제8기 민간위원(15명) 위촉에 이어 4개 소위원회와 3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약 3달간 성과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저고위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어야만 대한민국의 인구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의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박이 나 전 의원의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견제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곧장 나왔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전날 KBC광주방송 출연 인터뷰에서 현직 저고위 부위원장·외교부 기후환경대사로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윤 대통령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란 질문에 "인구 문제나 기후 문제에 '당대표가 관심을 가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권 도전에 무게를 실은 언급을 했다.
나아가 그는 "많이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대통령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이 나 전 의원 당권 출마가 관련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적인 것은 말씀드리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이다. 여당 내에서 이미 김기현 의원(전 원내대표)이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 관저에서 두차례 만찬을 가진 정황 등으로 '윤심 후보', '당권 점지' 논란이 벌어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친윤(親尹) 핵심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김기현 의원과 이른바 '김장연대'를 과시해왔고, 전날 윤 대통령의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배현진 의원 지역구(서울 송파구을) 신년인사회도 복수의 당권주자가 참석했지만 김 의원이 단독 특강을 진행하는 '독무대'로 꾸려졌다. 또 다른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총괄간사인 공부모임 '국민공감' 소속 의원 29명이 몰려가 세 과시를 하기도 했다. 이철규 의원이 운영하는 외곽 포럼 '새미준'도 김 의원 지지로 입장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국민의힘 비대위가 당대표·최고위원 경선 룰을 '당원투표 70%·일반여론조사 30%'에서 '당원투표 100%'로 상향하고, 당대표 경선 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르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안을 이번 전당대회부터 즉시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김 의원이 최대 수혜자'라는 분석이 대두돼왔다. 여론조사상 강세 후보들과 격차가 무마되며 당심 비교우위까지 부각됐기 때문이다. 윤심 논쟁이 거듭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을 제치고 2위권에 들 조짐도 보이고 있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3~4일 전국 성인 최종 1038명을 설문해 이날 공표한 주례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무선전화 RDD 100% ARS방식·응답률 3.5%·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이끌 차기 당대표' 설문에서 유승민 전 의원 33.8%, 나 전 의원 15.9%, 안철수 의원 10.5%, 김 의원 9.1%, 강신업 변호사 5.1%,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2.7%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 응답자(451명)만으로 결과를 보면 나경원 30.5% 선두에 김기현 18.2%, 안철수 16.5%로 2위권 경쟁이 팽팽했다. 유승민(8.6%)·강신업(4.5%) 등은 전체 평균대비 내렸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체로 잘함' 평가한 응답자 235명은 나경원 25.8%, 안철수 19.1%, 김기현 16.1%, 유승민 9.1% 순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 지지가 한층 강한 '매우 잘함' 응답자 221명은 나경원 38.5%, 김기현 23.0%, 안철수 11.9%, 강신업 7.5%, 황교안 4.3%, 유승민 3.0% 등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성인 최종 1001명을 설문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전화 RDD 100% ARS방식·응답률 3.0%)에서도 '국민의힘 3월8일 전당대회 경선 룰이 100% 당원투표로 확정된 가운데 다음 중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설문에 국민의힘 지지층(408명)에선 나경원 35.0%, 김기현 15.2%, 유승민 13.7%, 안철수 12.4%, 황교안 5.5% 등 순으로 예상도가 높게 나타나 비슷한 양상이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층(407명)으로 볼 경우 나경원 39.3%, 김기현 16.9%, 안철수 12.8%, 황교안 6.1%, 유승민 4.2% 등 순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국정수행을 '매우 잘하고 있다'는 적극지지층(279명)에선 나경원 42.6%, 김기현 17.9%, 안철수 11.6%, 황교안 6.2%, 유승민 3.0% 순으로 더욱 가파른 격차가 나타났다. 사실상 안 의원 하락, 김 의원 약진이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 '저격 브리핑'을 하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당심이 윤심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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