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새해를 맞이하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바란다 - 정종훈 교수

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2023. 1. 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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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명실상부한 새해는 우리가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소망과 함께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피조물의 삶을 살겠다고 각오할 때 가능합니다.

예수로 인해서 이전 것은 지나가고 새로운 피조물이 된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은 동일할 수 없습니다. 이제 2023년 새해가 우리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로 인해서 희망찬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교회는 건물이기보다는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웅장한 예배당과 건물 안의 화려한 시설보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중요하고 절실합니다.

새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마음을 담은 예수의 제자공동체 일원으로서 세상의 소금이 되어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일과 세상의 빛이 되어 어둠을 밝히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마을의 중심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마을의 일부로서 역할해야 합니다. 한 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울타리를 높이 쌓고 마을 주민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려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마을 주민의 한 사람이 되어 마을 깊숙이 스며들어 마을과 마을 주민을 섬기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근본주의 신앙보다는 복음적이고 에큐메니칼한 신앙을 계승해야 합니다. 근본주의 신앙은 성서의 정신보다 문자 자체에 머물고, 은혜보다 율법을 강조하며, 교파를 초월한 사랑의 협력보다 교리적인 차이를 중시합니다.

새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 가운데 임하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초석으로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세우기 위해 누구와도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이데올로기나 진영논리에 빠지기보다는 하나님의 진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세상은 친구냐 적이냐의 도식 아래 친구는 무조건 지지하고, 적은 무조건 반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상대가 보수냐 진보냐, 우파냐 좌파냐를 묻기보다는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를 질문하고 그것에 진지하게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신앙생활보다는 생활신앙을 가르쳐야 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가정생활, 직장생활, 사회생활 등 다양한 삶의 영역 가운데 추가되는 또 하나의 영역이 아닙니다. 진정한 신앙은 삶의 궁극적인 방향이자 살아내는 방식이며,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 그 자체입니다.

새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신앙인 됨을 자기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관되게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부자나 권력자보다는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우선적 관심을 주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굶주리고 헐벗고 병들고 옥에 갇히고 나그네로 사는 사회적 약자들을 당신과 일치시키셨습니다.

새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최소한의 인권을 박탈당하고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장애인, 다문화가족과 탈북민,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기독교 왕국보다는 다종교, 다문화사회 가운데 존재해야 합니다. 인류가 사는 지구촌은 다양한 종교와 다양한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때 풍성할 수 있습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의 전도 방식은 비기독교인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새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웃 종교인이든 무종교인이든 누구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교회는 분열보다는 평화만드는 일을 선도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세상의 모든 막힌 담을 허물고 화해하도록 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리고 인간 구원과 사회 구원, 생태 구원을 이루어내셨습니다.

새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분열과 대립, 긴장과 갈등, 전쟁과 폭력의 세상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희생해야 할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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