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신드롬의 기원은…‘원조의 시원’ K-레전드가 말한다

2023. 1. 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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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와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 현미·박정자
아리랑TV 모노로그·뮤직 다큐로 세계와 만난다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전세계가 경탄하며 그 비밀을 찾고 싶어하는 K-컬처 신드롬의 기원을 대한민국 연극과 가요계의 원조에서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주목된다. 대한민국 배우와 가수들이 세계 무대에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글로벌 팝 문화의 아이콘이 된 것이 단지 이들의 노력과 성공만이 아니라, 지난 60여년 동안 쌓여온 ‘레전드’들의 땀과 눈물, 열정의 산물이었음을 보여준다

▶박정자의 연극인생 60년=먼저 대한민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박정자(80세)의 연극 인생 60년을 담은 독특한 형식의 모노로그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방송 사상 최초로 스튜디오에 연극 무대를 만들어 원로 배우가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간의 희노애락을 연극 톤으로 들려준다.

그녀는 오늘날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드라마와 K-무비의 토대가, 한국 연극인들의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연극에 대한 열정이었음을 압도적 카리스마를 통해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국 배우들이 세계 무대에 나가 집중 조명을 받으며 국제 연기상을 휩쓸고 있는 것이 단기간에 이뤄진 신드롬이 아니라는 걸 그녀의 연극 인생 60년이 입증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빛이 나는 배우 박정자 〈제공=아리랑TV〉

박정자는 1986년 대한민국 여성들을 ‘위기의 여자’로 만든 장본인이다. 1991년 초연한 후 넥타이 부대까지 소극장으로 달려가는 기현상을 만들며 20년 이상 흥행돌풍을 일으킨 ‘오십에 바다를 발견한 엄마’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3년 초연한 후 매번 상대 남자 배역을 바꿔가며 20년 가까이 전석 매진의 신화를 쓴 ‘19세 소년 해롤드의 연인인 80세 할머니’다.

공연하는 작품마다 티켓이 매진되는 흥행신화의 주인공이지만, 출발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데뷔작은 1962년 대학극 ‘페드라’라는 연극무대였다. 박정자는 “당연히 내가 페드라 왕비로 캐스팅 될 줄 알고 대사를 아주 달달달 외웠지만, 저한테 주어진 배역은 대사 열여섯 마디짜리 페드라 왕비의 시녀, 파노프 역이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맨 왼쪽에 선 스무 살의 박정자는 데뷔작 ‘페드라’에서 시녀 역을 맡았다. 〈제공=아르코 예술기록원〉

1985년 스페인에서 개최한 제3회 말라가 국제연극제 개막작 ‘피의 결혼(극단 자유)’은 현지 언론과 연극 비평가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박정자를 세계적 배우로 끌어올렸다. 스페인 스페인 일간지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은 “우리는 한국의 극단 자유가 공연한 ‘피의 결혼’에서 로르카를 봤다. 한국문화로 새롭게 해석한 총체극은 매우 흥미롭고 이색적이었다”고 극찬했고, 같은 일간지 하비에르 가르시아(Javier Garcia)는 “배우들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들의 높은 전문성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머니 역을 한 여배우의 두드러진 연기는 극을 절대적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운다”고 지적했다.

▶가요계의 살아있는 레전드 디바, 현미=가수 현미(87세)의 66년 노래 인생이 뮤직 다큐멘터리로 찾아온다. 1937년 태어난 현미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한국의 아픈 역사를 부둥켜 안고 살아오며 그 슬픔과 위로를 노래로 승화시켰다. 최희준, 이금희, 한명숙 등 그녀와 무대에 올랐던 스타들은 이제 대부분 무대를 떠났거나 더는 돌아올 수가 없다. 현미만이 무대에 남아 있다.

1957년 스무살의 앳된 나이로 데뷔한 현미는 풍부한 성량과 압도적인 무대 매너, 당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강렬한 터치의 비주얼이 더해져서 대중을 사로잡았다. 당시 현미는 대한민국을 팝의 열풍으로 이끌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3인조 걸 그룹 ‘현시스터즈’의 메인 보컬이었다.

‘현시스터즈’로 활동했던 20대의 현미(사진 제일 오른쪽)

오늘날 글로벌 K-POP의 초석이 된 1960년대 대중가요의 중심에는 한국전쟁 후 탄생한 일명 미8군 무대가 있었다. 마릴린 먼로, 냇 킹 콜 등 당대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스타들도 무대를 펼쳤던 곳이다. 당시 미8군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까다로운 오디션에 통과했어야 했는데, 최고등급인 더블에이(AA)를 놓치지 않았던 실력파가 바로 가수 현미였다.

현미는 작곡가 이봉조와 함께 코리안 재즈를 창조해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그 대표적인 곡이 바로 60년(1962년 발표)이 지난 현재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밤안개’이다. 1962년 발표한 밤안개를 비롯해 보고 싶은 얼굴(1963), 떠날 때는 말없이(1964), 무작정 좋았어요(1966), 몽땅 내사랑(1967), 별(1971) 등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를 시키며 자신의 전성시대를 일군다.

음악평론가 김학선 씨는 "정말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를 하는 그런 가수들을 보통 디바라고 이야기 하는데. 현미 씨가 한국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최초로 그런 역할에 부합하는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한국 역사와 함께 노래해 온 가수 현미는 이번 K레전드 프로그램에 출연해 60, 70년대 그 시절의 생생한 이야기를 자신의 노래 인생 비하인드와 함께 마치 한 편의 뮤지컬처럼 풀어낸다.

아리랑TV 신년특집 ‘The K-Legend’에 출연해 노래 인생 비하인드를 공개하고 있는 현미(제공: 아리랑TV)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그 고귀했던 소중했던, 뜻 깊었던 그런 60년대 문화의 산 증인이 아직도 우리 옆에 있다는 것, 이건 하나의 긍지고 자부심”이라고 가수 현미의 존재 가치를 해석했다.

아리랑TV가 마련한 스페셜 무대에서 그녀는 상징 히트곡 ‘밤안개’를 2023년 버전 라이브로 공개한다. 87세의 나이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성량과 사람을 매혹시키는 그녀의 저력이 K팝 아이돌 스타들이 현실로 이루고 싶은 미래일 것이다.

‘배우 박정자의 모노로그(The K-Legend: Actress Park Jung-ja, HER MONOLOGUE)’는 7일 오전 9시, ‘더가수 현미의 쉬즈 스틸 싱잉(The K-Legend: Singer Hyun Mi, She’s Still Singing)’은 14일 오전 9시, 아리랑TV를 통해 전세계에 방송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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