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은행권의 희망퇴직 ‘돈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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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이라는 말이 유행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는 기업·금융기관·공기업 등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다.
일반 기업들도 덩달아 희망퇴직 대열에 합류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에서 이달 말 최대 3000명에 이르는 인원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인생'을 걱정 속에 시작해야 하는 희망퇴직자에게 거액의 돈은 작은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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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 불리던 은행권에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에서 이달 말 최대 3000명에 이르는 인원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줄면서 국내은행 점포 수가 급감한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5대 은행 영업 점포(지점+출장소)는 4129개로 2021년과 비교해 173개가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 시작된 2020년 12월 말과 비교하면 2년 사이 410개 감소했다.
반면 은행 창구 없이 통장·체크카드 발급과 인터넷·모바일 뱅킹 가입 등 은행 창구 업무의 80%를 수행하는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가 구비된 ‘탄력점포’는 300곳에 육박한다. 잉여인력의 재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희망퇴직에는 통상 ‘칼바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이번에는 온도가 다르다. 일부 은행은 대상연령을 1980년대생까지 낮췄다. 3년 치 임금을 주는 곳도 있어 최대 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서민들은 쉽게 만져보기 힘든 거액이다. 자녀학자금, 재취업지원금, 건강검진권, 여행상품권까지 지원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연 8%대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도 예금금리는 5% 밑으로 낮춘 시중은행들이 기본급 280∼400%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제2의 인생’을 걱정 속에 시작해야 하는 희망퇴직자에게 거액의 돈은 작은 위안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고통 분담은 없이 이자놀이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들의 ‘돈 잔치’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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