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인문정원] 뺄셈 정치에서 덧셈 정치로

2023. 1. 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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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적인 정치행태에 국민 불행
진영 논리 벗어나 상생으로 나아가야

새해가 열렸지만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칙칙함을 걷어낼 길이 없어 보인다. 가슴 벅찬 삶에서 멀어지게 하는 이 칙칙함의 발원지는 어디인가? 현실에서 오는 근심의 중력, 미로에 빠진 난감함에서 오는 우울, ‘미래 없음’이라는 암울함이 더해진 것이 이 칙칙함의 발생론적 근거이리라. 이것은 시작도 끝도 가늠하기 힘든 불행의 시작이다. 아마도 희망의 근거는 적고 불안과 두려움은 큰 탓이다.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는 행복의 체감을 수치화한 것이다. 이 지수를 재는 방법은 스무 가지가 넘는다. 국민총행복지수를 재는 일곱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첫째 사회적 지원, 둘째 기대수명, 셋째 선택의 자유, 넷째 관용, 다섯째 1인당 국내총생산(GDP), 여섯째 부정부패, 일곱째 긍정과 부정 영향 등이다. 2022년 3월 유엔 산하 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가 내놓은 ‘세계행복 보고서’는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등을 국민이 행복을 크게 느끼는 상위 5개 나라로 꼽는다.
장석주 시인
한국은 1위 핀란드와 146위 아프가니스탄 사이 중간쯤에 걸쳐진 59위에 올랐다. 우리 기대보다 낮다고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행복한가, 아니면 불행한가? 혹시 불행하다는 쪽이 우세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물음에 앞서 불행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우리 불행의 원인을 꼽자면, 자연환경의 훼손 정도와 오염 수치, 계층 간 양극화, 일과 삶의 불균형, 지나친 효율성의 추구, 피로의 누적, 빈곤과 고립의 상습화 따위일 것이다.

우리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원인 중 비생산적이고 퇴행적인 정치 행태도 들어갈 것이다. 가장 나쁜 정치는 보복을 일삼는 정치다. 전임 정부의 정치 자산을 들여다보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정도를 넘는 보복의 상습화는 정치를 진영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간다. 나쁜 정치는 우리 삶과 미래를 망치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죽은 권력의 약한 고리를 물고 늘어지며 이쑤시개로 도시락 반찬을 들쑤시듯이 해서 꼬투리 잡는 일은 쩨쩨한 정치 행태다. 상대를 폄훼하고, 말살하며, 씨를 말리려고 덤벼드는 보복 정치가 생산적일 수는 없다. 상대의 목을 따고 검은 피로 대지를 적시려는 적개심으로 뭉친 정치는 끔찍하고, 이런 정치는 재앙에 지나지 않는다. 보복의 상습화를 낳고 유포하는 정치는 분명 나쁜 유산이다. 복수가 정의 실현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원한과 복수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결국 피를 피로 되갚는 재앙과 야만을 낳을 뿐이다.

보복은 맺힌 것을 풀기 위한 한풀이이자 앙갚음이다. 그 행위가 자기 위안을 주고 진영을 결집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보복 정치는 필경 정쟁과 복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테다. 원한과 복수로 이어지는 정치는 국가의 불행이고, 이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권력은 영구적인 게 아니다. 다만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 이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 주인이 동의하지 않는 전임 정권 심판은 정치 보복에 지나지 않는다.

올바른 정치는 국민의 자산들, 즉 생명과 영토에 대한 보존·보호를 약속한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권력을 배열하는 장치가 곧 정치다. 국민 생명과 영토를 지키고, 일상의 안녕을 굳건하게 다지며, 국민총행복지수를 높이는 한에서 정치권력은 정당성을 얻는다. 새로 권력을 쥔 정치집단은 민생을 돌보고 국가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그 능력을 쏟아붓는 게 옳지 않을까? 현실 변화의 방향성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정치는 현실을 바꾸는 유력한 힘이다. 정치가 국민총행복지수를 떨어뜨리고, 우리 미래를 일그러뜨리는 데 힘을 보태서는 안 될 것이다. 새해엔 부디 진영 논리에 빠져 복수나 일삼는 흉한 뺄셈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며 우리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상생을 향해 나아가는 덧셈 정치를 펼치기를 소망한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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