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왕도는 따로 있다

2023. 1. 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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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에 와 있다.

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더 들뜨는 날이듯 여행도 할 때보다 준비할 때가 더 즐거운 법인데, 돌아보면 이 여행은 준비하는 내내 걱정이 태산이었다.

입국 카드며 세관 신고서를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일도 그렇거니와, 우리가 가는 휴양지는 출국 전날 그 나라 관광청 사이트에 접속하여 QR코드가 새겨진 온라인 카드를 발급받아 입국심사 때 보여주어야 했는데, 먼저 출국한 내가 그 일을 해외에서 처리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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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에 와 있다. 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더 들뜨는 날이듯 여행도 할 때보다 준비할 때가 더 즐거운 법인데, 돌아보면 이 여행은 준비하는 내내 걱정이 태산이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왔으니 정확히는 여행이라기보다 효도 관광이라 해야 할 텐데, 단지 어르신들이 있어 걱정이 많았다는 것은 아니다. 일정상 부모님이 우리 가족보다 이틀 늦게 출발하시는 것이 문제였다. 국외 여행을, 연세가 팔십 가까운 분들끼리 알아서 출국하셔야 했던 것이다.

나는 이른바 ‘출국 정복 브리핑’을 위해 강원도 시가에 갔다. 항공권 예매 서류 및 영문 코로나19 백신접종증명서를 출력해드리고 수하물 가방 꾸릴 때 주의점이며 공항에서의 체크인 절차, 더 구체적으로는 해당 항공사 카운터가 공항 어디에 있고 교통약자 우선입장 게이트는 몇 번에 있으며 비행기 탑승구는 어떻게 찾는지 등등을 말씀드렸다.

사실 비행기 이륙 후가 더 문제였다. 입국 카드며 세관 신고서를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일도 그렇거니와, 우리가 가는 휴양지는 출국 전날 그 나라 관광청 사이트에 접속하여 QR코드가 새겨진 온라인 카드를 발급받아 입국심사 때 보여주어야 했는데, 먼저 출국한 내가 그 일을 해외에서 처리해야 했던 것이다. 휴양지 숙소의 와이파이가 불안정하여 실패를 거듭한 끝에 간신히 발급을 받기는 했다. 그것을 부모님께 메신저로 전송하고 인터넷 전화를 걸었다.

일단 다운받으셔요. 다운받는다고? 네. 갤러리에 저장하시고…. 갤러리? 그게 어디 있는데? 다운받는 건 어떻게 해? 하여 난데없이 파일 다운로드법 특강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왜 다운받아야 해? 이 화면을 보여주면 되지. 아, 불가능해요. 공항에 와이파이가 없어서요. 그래? 와이파이가 없으면 이게 없어져? 아뇨, 없어지진 않아요. 그럼 왜 보여주는 게 불가능해? 휴양지 밤하늘에는 별이 많고 이 내 가슴에는 수심이 가득한 그런 밤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마중 나간 공항에 부모님은 무사히 도착하셨다. 고생하셨어요. 입국심사 힘드셨죠? 아니. 부모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하셨다. 옆사람들이 도와줬어. 다 한국인들이더라고. 우린 비행기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뭐든지 다 물어봤어.

그것이 왕도였다. 모르면 물어보라. 내가 얼마나 고지식하고 매사에 걱정만 많은 인간인지 이곳 휴양지에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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