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자 “아프간전서 25명 사살” 논란···탈레반 “국제법정 회부해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여성이 5일(현지시간) 영국 해리 왕자의 회고록 스페인어 번역판을 손에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가 과거 아프간전 참전 당시 25명을 사살했다고 밝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내에선 보복을 유발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며,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측은 해리 왕자를 국제법정에 회부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AP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자서전 ‘스페어’에서 자신이 아프간전에 참전해 아파치 헬기를 몰며 25명을 사살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에 관해 “자랑스러운 기록은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다”며 “그 25명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체스판에서 말을 없애는 것과 같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나쁜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먼저 제거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003년 아프간 사령관을 지낸 리처드 켐프 전 대령은 “해리 왕자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BBC에 밝혔다. 그는 해리 왕자의 언급이 탈레반이나 추종 세력의 보복심을 자극해, 그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켐프 전 대령은 탈레반 전사를 ‘체스 말’에 빗댄 해리 왕자의 표현 방식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영국군은 그렇게 훈련하지 않는다”며 “사실이 아닌 그런 발언은 오해를 일으킨다. 영국군과 영국 정부에 해를 끼치려는 이들에게 이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킴 대럭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이라면 아프간전 경험을 그 정도로 상세하게 적으라고 권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보수당 애덤 할러웨이 의원 역시 스펙테이터지 기고에서 군인이 몇 명을 사살했는지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품격과 생명 존중에 관한 문제라고도 짚었다.

해리 왕자의 발언에 관한 질의가 이어졌으나 영국 정부는 별도 언급을 삼갔다. 리시 수낵 총리는 해리 왕자 발언의 적절성은 언급하지 않고 “우리 군에 매우 감사하다”고만 했다. 국방부 대변인 역시 “작전 세부 사항에 관해서는 안보 이유로 인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을 통치 중인 탈레반은 해리 왕자가 전쟁범죄를 저질렀으며 국제법정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탈레반 정권 경찰 대변인 칼리드 자드란은 성명에서 “해리 왕자를 늘 기억할 것이다. 아프간인들은 무고한 국민을 죽인 것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해리 왕자와 같이 범죄를 자랑스럽게 자백한 범죄자는 국제사회가 보는 가운데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