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손을 맡기지 마세요…빙판길서 조금만 균형 잃어도 ‘골절’ 위험

박효순 기자 2023. 1. 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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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부딪쳤다면 며칠간 구토·의식저하 증상 유무 살펴야

낙상이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갑자기 넘어져 뼈와 근육 등에 손상을 입는 사고를 말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약 30%가 매년 낙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빙판길은 누구에게나 위협적인 요소이지만 특히 노인들의 경우, 근육 활동이 줄어들고 관절도 쉽게 굳어 균형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빙판길에서 쉽게 미끄러지거나 걸려 넘어질 확률이 높다.

눈이 얼어붙은 골목길·보도뿐 아니라 지하철 입구의 계단, 건물 입구 등은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해 생긴 습기가 얇게 얼어 특히 미끄러운 곳이다. 물기가 있는 하수구 맨홀 뚜껑도 상당히 미끄러우므로 피해서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이든 얼음이든 물이든 조심하고 밟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젊은층은 완전한 골절보다는 뼈에 가벼운 금이 가기 쉽고, 손목이나 발목 인대 부상이 잦다. 정승기정형외과 정승기 원장은 “손목이나 발목이 붓고 멍이 생겨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나 부기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손목인대 손상이나 손목뼈에 실금이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거나, 굽이 높은 구두, 키높이 깔창 신발 등을 신었을 경우 조금만 발의 균형을 잃어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옆으로가 아니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듯이 넘어졌다면 젊은 나이라도 척추의 층이 ‘찌그러진 맥주캔처럼’ 주저앉는 압박골절을 의심해야 한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친 뒤 시간이 지나면서 구역, 구토 및 의식저하 증상이 나타나면 뇌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는 증거다. 이런 상태는 잠시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2~3일 후에 다시 생길 수 있으므로 수일에서 일주일 정도까지 자신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어지럼이나 구토증이 없다면 심한 타박상의 후유증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지러운 상태가 1~2일 지속한다면 뇌 CT나 MRI를 찍어볼 필요가 있다.

노년층에서는 일단 넘어지면 척추 압박골절이나 고관절(대퇴골) 골절 등이 흔히 발생한다.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는 가벼운 낙상에도 골절을 쉽게 당한다.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있다면 고관절에 골절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기침할 때나, 잠자리에 누울 때 옆구리나 등허리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압박골절을 의심해야 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안재기 교수는 “뼈의 양이 감소하고 뼈의 강도가 약해진 골다공증 환자는 낙상으로 인해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커 낙상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 환자의 약 20%는 골절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1년 내 사망하고, 50~60%는 회복된 후에도 생활 제한과 보행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관절 골절 합병증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골절 자체보다는 골절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혈전에 의한 뇌졸중이나 폐렴, 욕창, 영양실조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잘 생기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낙상은 환경적인 요인과 생체기능의 감소 등의 요인들이 작용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주위 환경 요인들을 개선하고 신체기능 검사 및 운동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상은 빙판길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집 안에서 발생하는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집 안 환경을 안전하게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닥에 있는 책, 옷, 신발 등의 물건을 치우고 장판이나 매트는 고정해놓는 것이 좋다.

또한 화장실이나 샤워실에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매트나 고무판을 깔고 내부에 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설치하면 미끄러져 넘어질 확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미끄러지지 않는 실내용 신발을 신고 집 조명을 항상 밝게 유지하면 낙상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평소에 근육, 힘줄, 인대 등을 늘려주는 운동을 통해 관절의 가동범위 증가 및 유연성 향상을 꾀함으로써 근력과 균형 감각을 높여 낙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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