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는 ‘선수보다 순서’…이강철 ‘계투’로 승부수
에이스 투수 포진한 일본전 대비
투구수 제한 내 역할 세분화 중요
이 감독, 어떤 창의력 보일지 주목
이강철 감독(사진)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1라운드 호주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선 8강 진출을 위해 최소 B조 2위를 확보하려는 계산 때문이다. 대표팀은 일본과 호주, 중국, 체코와 B조에 편성된 가운데 조 2위 안에 진입하게 되면 대만과 쿠바, 네덜란드, 파나마, 이탈리아가 포함된 A조 상위 2팀과 8강에서 크로스 토너먼트를 벌인다.
사고 없는 레이스를 위해 꼭 이겨야 할 경기는 호주전이지만, 이번 대표팀의 동력을 확인할 결정적 경기는 역시 일본전이다. 대표팀은 4강에 오른 2006년 WBC와 준우승으로 마친 2009년 WBC에서 일본과 대등한 싸움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1라운드에서 오는 3월9일 호주를 가장 먼저 만난 뒤 3월10일 일본과 맞붙는다. 대표팀이 이번 대회 일본전에서 꺼내들 만한 전략은 역시 치밀한 ‘계투전’이다.
일본 대표팀은 4선발 체제로 이번 대회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선발투수 면면이 화려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에서 16승을 거둔 다르빗슈 유를 비롯해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지난 2년간 33승을 따낸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등이 버틴다. 여기에 4번째 선발로 붙일 만한 카드도 다채롭다. 구리야마 히테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선발진 다음을 받칠 롱릴리프와 셋업맨 등 투수들의 보직을 세분할 뜻을 현지 언론을 통해 나타냈다.
이에 반해 이강철 한국 대표팀 감독은 “보직에 구애받지 않고 투수 기용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표팀에는 김광현(SSG)과 양현종(KIA) 등 베테랑 선발진과 구창모(NC), 곽빈(두산), 소형준(KT), 박세웅(롯데), 원태인(삼성) 등 젊은 선발자원이 가세해 있다. 그러나 WBC는 1라운드에는 65구의 투구수 제한이 따르는 등 라운드별로 투수 개개인이 던질 수 있는 한계치가 정해져 있다. 투구수에 따라 강제 휴식일도 생기는 만큼 투수들의 역할을 세분화해 가장 효율적인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 감독은 소속팀 KT에서 정규시즌 전체로는 선발진을 앞세우는 야구를 했다. 도드라진 선발진의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준플레오프까지 치른 포스트시즌에서는 기존 불펜진 순서에 집착하지 않고 상황별로 최선의 카드를 뽑아 쓰는 변화무쌍한 투수 기용을 했다. 이를테면 지난해 가을 가장 볼이 좋았던 우완 셋업맨 김민수를 KIA와의 와일드카드 매치 1차전 6회에 조기 투입해 승기를 잡는 순발력을 보였다.
돌아보자면 한국의 WBC 성공은 계투전의 성공이기도 했다. 일례로 2006년 WBC 1라운드 일본과의 첫 만남에서 3-2로 승리했을 때도 한국은 선발 김선우에게 3.1이닝만을 맡긴 뒤 봉중근(2이닝), 배영수(0.2이닝), 구대성(2이닝), 박찬호(1이닝)의 이어 던지기로 일본 타선을 봉쇄했다. 일본은 당시 선발로 잠수함투수 와타나베 슌스케를 올려 상대적으로 긴 4.1이닝을 맡겼다.
WBC는 투수 기용의 창의력이 곧 대표팀의 힘이 되는 대회다. 이 감독의 계투전은 일본전뿐 아니라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최대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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