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이라는 기준에 맞서라[책과 삶]
나는 남자들이 두렵다
비벡 슈라야 지음·현아율 옮김
오월의봄 | 104쪽 | 1만3000원
캐나다 예술가 비벡 슈라야의 에세이 <나는 남자들이 두렵다>는 ‘남자가 두렵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남성성을 우대하고 여성성을 경멸하는 태도가 두려움을 촉발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트랜스 여성이다.
‘두려움의 감정이야말로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처럼 느껴진다’고 할 만큼 두려움은 저자의 삶에서 지배적이다. 어머니의 재킷을 입은 저자에게 침을 뱉은 이성애자 남성이, 마른 몸을 ‘여성성을 증폭하며 언제든 없애버려야 하는 특질로 여기는’ 게이문화가 저자에겐 두려움이다. 남성성에 기대 쏟아지는 폭력을 묵인한 여자도 두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좋은 남자’를 충족하는 기준의 낮은 문턱을 문제 삼는다. 저자는 한때 남성이었던 20대 시절, 연인 가족의 장례식에서 설거지를 거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너는 남자애가 참 착하구나”라는 칭찬을 들었다. 저자는 “설거지처럼 가장 기본적인 가사노동을 거드는 것만으로도 남자들은 매일같이 화제가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가 남자의 ‘일반적 특성’이라 여겨지는 것을 용인할 때 좋은 남자 되기의 ‘낮은 문턱’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남자애들이 다 그렇지”라는 식의 언행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성차별 언행, 공격성 등은 남자의 일반적 특성”이라며 “일반적이라는 말은 ‘허용 가능하다’는 말과 호환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남성성이 지금과 다른 모습이기를 바란다면, 예외를 갈망할 게 아니라 지금의 (좋은 남자) 기준선 자체에 맞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저자가 자신의 일화에 담긴 인종, 여성혐오, 젠더, 섹슈얼리티를 소재로 두려움의 순간들을 소개해 쉽게 읽힌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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