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책을 읽으며 다시, 세상과 접속합니다[책과 책 사이]
책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을 봅니다. 물론 안 읽은 책도 많습니다. 어찌됐든 나란히 꽂힌 책들을 보다보니, ‘世’(세)자와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더 잘 알 수 있고, 내가 읽은 책들이 나라는 세계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으니 모양만 아니라 뜻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과 세상은 불가분입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희망적인 책이 도착했습니다. 나오미 배런의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입니다. 인쇄 매체를 제치고 디지털과 영상 매체의 시대가 온 것이 기정사실화됐는데, 다시 ‘읽기’라니요. 책을 읽고 기사를 쓰는 출판 담당 기자로서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심 ‘책도 안 읽는 시대, 서평 기사는 누가 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했거든요. 더군다나 신문도 올드미디어 중 하나니까요.
단순히 종이책의 우월함을 역설하는 데 그친다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을 겁니다. 그 작업은 이미 매리언 울프가 <다시, 책으로>에서 성실히 보여줬습니다. 종이책을 ‘깊이 읽음’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고도의 지적 사고, 타인에 대한 공감에 대해서요. 배런은 한발 더 나아갑니다. 종이책과 디지털 책, 오디오북까지 광범위하게 검토하며 매체가 독서에 미치는 영향력을 따져봅니다. 연구를 통해 하나하나 살펴보는 배런은 신중하게 돌다리를 두드리는 사람을 떠올리게 합니다.
책은 점점 더 적게 읽으면서, 문해력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모순적인 시대입니다. 배런이 신중하게 두드린 돌들은 이 모순의 간극을 건너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 첫 독서를 시작합니다. 종이의 질감이 손끝을 스치네요. 세상과 접속합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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