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인가, 사랑인가…세계 유일 ‘동물성애 옹호단체’ 일상을 관찰하다[책과 삶]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하마노 지히로 지음·최재혁 옮김
연립서가 | 280쪽 | 1만8000원
주파일(zoophile·동물성애자)에 관한 반응은 대개 다음 중 하나다.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동물학대나 페도필리아(소아성애)와 다름없는 범죄 행위가 아닌지, 정신병리학적으로 이상성욕은 아닌지 말이다. 금기로 여겨지는 탓에 애초에 수면 위로 오르는 일이 없다.
동물성애라는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 책이 나왔다.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는 개나 말 등 동물을 파트너로 둔 사람들에 대한 논픽션이다.
책은 “나는 ‘사랑’을 잘 모르겠다”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책을 쓴 하마노 지히로는 20대 내내 파트너의 신체적·성적 학대에 시달렸다. 폭력에서 벗어난 후에도 고통은 계속됐다. 저자는 자기 안에서 계속되는 질문 ‘사랑과 섹스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원했고, 39세에 교도대학 문화인류학과에 입학한다. ‘동물성애’는 자신의 상처와 얼마간 거리를 둘 수 있으면서 사랑과 섹슈얼리티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주제였다.
저자는 세계 유일의 ‘동물성애자 옹호단체’ 제타(ZETA)를 찾아 독일로 떠난다. 4개월간 제타 회원들의 집에서 지내며 일상을 관찰한다.
저자가 만난 동물성애자들은 자신들과 파트너인 동물의 관계가 대등하다고 주장한다. 일곱 마리 쥐와 사는 자샤는 “동물성애자 이야기는 성행위에 한정해 다루지만 본질은 동물이나 세계와 맺는 관계성에 있다”고 말한다.
2019년 일본 최고 권위 논픽션상인 ‘가이코 다케시상’ 수상작이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이 책이 “읽는 이의 식견을 되묻고, 가지고 있던 상식의 딱지를 떨어트리며 자신의 감출 수 없는 ‘본성’을 드러내 준다”고 평가했다. 읽는 데 꽤나 각오가 필요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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