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태만 지적했더니 ‘징계’로 답한 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고양아이스워리어스’ 감독·선수
일부 누명 벗었지만 팀 해체 위기
“운동이라도 마음껏 하게 해달라”

경기도의 유일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인 ‘고양아이스워리어스’ 선수들의 썰매와 스틱은 지난 몇 개월간 멈춰있었다. 감독과 선수가 경기도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의 업무 태만을 지적한 후 징계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원도 끊겼다. 몇 개월간 싸운 끝에 누명은 벗었지만 팀은 해체위기에 놓여있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는 지난해 6월10일 고양아이스워리어스의 사성근 감독 겸 선수와 이용민 선수에게 징계절차를 통보했다. 징계사유는 직권남용과 대회기간 음주, 협회 지원금 횡령, 협회 권위 저하 등이었다. 그 한 달 전에는 월 30만원의 지원금도 끊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5월 선수들은 경기도장애인체육회에 간담회를 요구하고, 협회 사무국장 교체와 지원 강화 등을 요청했다. 지난 2년 동안 협회에 쌓인 선수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다.

사 감독과 이 선수는 징계사유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 감독에겐 훈련 이후 개인 몫의 식사를 협회 돈으로 썼다는 이유로 ‘횡령’이 적용됐는데, 사 감독은 포장해간 1만8000원짜리 식사는 이 선수가 개인카드로 결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선수는 ‘대회기간 음주’가 징계사유인데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협회는 보복성 징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원금 중단에 대해선 “증빙 자료도 받을 수 없게 됐고, 상황이 이런데 (협회 부담으로) 지원해드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지 않냐. 그래서 중지한다고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29일 사 감독은 자격정지 2년, 이 선수는 출전정지 1년6개월의 징계를 통보받았다. 같은 해 8월8일 선수들은 도 체육회에 이의신청을 했다. 도 체육회는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경향신문은 도 체육회에 전화와 서면으로 이의신청을 기각한 이유를 물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상급기관인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10월1일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도 체육회에 법제상벌위를 열라고 요구했다. 이후 사 감독과 이 선수는 각각 자격정지 6개월과 견책 등 최종 징계를 통보받았다. 사 감독에게 적용됐던 횡령 사유는 빠졌다. 이어 지난달 29일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사 감독의 자격정지 6개월 처분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현재 선수들은 사비를 모아 매주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선수는 “그냥 운동이라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