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나경원 ‘대출 탕감’ 발언 공개 반박…당대표 출마 견제 나섰나

안상훈 수석 “윤 정부 기조와 다른 개인 의견”…윤 대통령이 대응 지시

대통령실이 6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사진)이 밝힌 출생 장려책에 대해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은 본인 의견일 뿐”이라며 “정부정책과 무관하고 오히려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의 전날 간담회 내용을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전면 부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나 부위원장에게는 없다는 메시지를 대통령실이 선제적으로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왼쪽)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의 기자간담회 이후 질의가 많이 들어와서 상황을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전날 저출산고령사회위 신년간담회에서 “신혼부부나 청년주택 구입,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한 지원책이 불충분한 측면이 있다”며 “(대출) 원금 부분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 발언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나 부위원장 발언으로 정부 부처 간 혼선이 생기자 정부 입장을 정리해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참모인 수석비서관이 장관급 공직자의 정책 발표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 주 52시간제 개편 등 정부 정책 엇박자 논란이 불거질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치부를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이 당대표 출마 의사를 적극 표명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에게 ‘윤심’ 후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나 부위원장은 KBC광주방송 <여의도초대석>에서 “최근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의 저출산 장관은 총리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여당 대표가 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강성 친윤석열계에서도 나 부위원장 불출마를 종용하는 듯한 공개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김정재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나 부위원장이) 지금 일에 아무 결과도 안 내고 접는 것도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BBS 라디오에서 “중요한 직을 맡았는데, 뭔가 성과를 내는 게 당대표 이상의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문광호·심진용 기자 moonli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