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불씨 막는다지만 '갈 길 먼 터널'…현장 점검해보니

이예원 기자 2023. 1. 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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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명의 목숨을 앗아간 방음터널에서의 화재 이후 대책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로 방음터널 만들 때 쓰는 소재를 불에 잘 안 타는 걸로 바꾸자는 내용입니다. 다른 방음터널들은 지금 안전한지, 전문가와 함께 돌아봤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방음터널 공사 현장입니다.

총 400m 길이로 짓고 있고, 보시는 것처럼 90% 이상 완성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공사를 멈춰 세웠다고 하는데, 이 터널의 소재도 플라스틱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방음터널 화재 사건 때문입니다.

방음터널 벽과 지붕 모두 그을리고 녹아내린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저 이 차도를 지나던 다섯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대낮에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터널 600m를 태웠습니다.

터널 소재는 이른바 '아크릴'로 불리는 플라스틱입니다.

싸고, 소리도 잘 흡수해 방음시설에 많이 쓰입니다.

방음터널은 빛이 잘 통해 바깥이 훤히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제가 지나고 있는 서울의 이 방음터널 천장에도 이런 아크릴 소재가 쓰였습니다.

치명적인 단점은 쉽게 불이 붙고 유독가스를 많이 배출한단 겁니다.

전문가와 함께 수도권 방음터널을 점검해봤습니다.

[이송규/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 : 지금 하늘이 전부 뚫려 있잖아요. 2년 반 전에 사고가 났는데, 아직 보수가 안 된 상태로…]

2020년 8월 불이 난 경기 광교신도시 방음터널로, 당시 200m가 탔는데 역시 아크릴 소재였습니다.

[이송규/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 : 타면 흘러내리거든요. 폭포수처럼 불이 내려온다고 하거든요. 지나가는 차나 사람이 있을 때는 다시 확산되는 대형 화재가…]

수원시는 올해 벽을 강화유리로, 천정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불에 덜 타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이송규/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 : PMMA(아크릴)보다 가열하기 조금 더 어렵고 가열해도 연기도 좀 더 적지만, 불에 탈 수 있는 가연물이기 때문에…]

방음터널 소재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A시청 관계자 : 문제는 사실 이 기준 자체가, PMMA(아크릴) 재질도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존에도 사용했던 부분…]

국토부 지침상, 방음터널 안에 소화기 등 방재 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아도 벌칙 규정은 없습니다.

소방법 상으로도 일반 터널이 아니라서 안전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이송규/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 : 지금 불이 나게 되면 보다시피 배연 설비도 없고, 탈출구도 없고요. 비상구도 없습니다.]

국토부는 아크릴 재질을 유리나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바꾸는 등 대책을 내놨습니다.

다만 현장에 반영이 될 때까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수조사, 긴급 점검.

결국 희생자가 생긴 뒤에야 나온 말들입니다.

뼈아픈 지적이 이번엔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진 않아야 할 겁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김대현·황의연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이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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