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영화 볼 결심' 위해‥화면 들려주는 사람들

지윤수 2023. 1. 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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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시각 장애인들은 영화를 대사로만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영화 관람은 높은 장벽인데요.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 해설 영화'가 제작 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영화관에 걸리는 횟수가 턱없이 적다고 합니다.

지윤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영화 '헤어질 결심'.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고백하는 상대의 손을 잡아준 여자주인공이 '붕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봅니다.

영화의 상징처럼 부각된 명장면이지만 귀로 들리는 정보는 없습니다.

[천상미/시각장애인] "소외감을 느끼죠. 다들 봤다고 얘기하는데 저희는 보지를 못하니까 (대화에) 끼지를 못하잖아요."

한국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경우도 주인공의 죽음을 화면 전환으로만 처리해 시각장애인들이 이해하긴 어려웠습니다.

[홍미정/화면해설 작가] "뒷부분에 내내 대사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이 분은 (주인공이) 어떻게 됐다는 건지 모르고 극장을 나오신 거예요."

영화에서, 대사가 없는 공백은 시각장애인에겐 일종의 암흑입니다.

이 장벽을 넘어서려는 고민의 결과가 이른바 '화면해설 영화'입니다.

'헤어질 결심'이 이렇게 바뀌는 겁니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서래가 해준의 손등을 어루만진다. 서래는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을 꺼내 '붕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본다."

어떻게 해야 화면으로 전해지는 배우의 연기와 배경 연출 등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지, 화면해설 작가들은 늘 고민합니다.

[홍미정/화면해설 작가] "막 화살과 포가 날아다니는데 이게 조선 수군이 쏜 건지, 왜군이 쏜 건지, 누가 이기고 있는지. 저도 (장면을) 멈춰서 보면서 이걸 써줘야 하는 거예요."

고심해서 써낸 문장을 읽는 성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홍수정/성우] "오버해서 감정을 줘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AI처럼 감정 없이 읽어드려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같은 노력으로 화면해설에 자막까지 입혀내면 영화 내에 더 이상 장벽은 없습니다.

[천상미/시각장애인] "목소리로 인물을 구별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거든요. (이제) 해설로 등장인물의 이름을 다 알려주니까 도움이 많이 돼요."

[김민성/청각장애인 (수어)] "자막이 있어서 웃기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웃을 수 있었고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개봉 영화 1천 7백 개 가운데 화면해설 영화는 14개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여건이 열악하지만, 비장애인으로선 느낄 수 없는 반응이 돌아올 때 제작진들은 보람을 느낍니다.

[홍미정/화면해설 작가] "최후의 만찬이 당연히 예수님하고 12명의 제자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고 생각하셨던 거예요. (그런데 해설을 듣고) 한 줄로 정면을 보고 13명이 쭉 앉아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MBC뉴스 지윤수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강종수 / 영상편집: 안준혁 / 취재협조 :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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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금 강종수/ 영상편집: 안준혁 / 취재협조 :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지윤수 기자(ge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43309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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