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풍자에 ‘발끈’... 이란, 자국 내 프랑스연구소 폐쇄
이란 정부가 자국 내 프랑스 연구기관을 전격 폐쇄했다. 프랑스 주간지가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풍자만화를 출판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이란이 폐쇄 조치를 내린 프랑스연구소는 프랑스 정부 산하 기관으로, 이란 내에서 고고학·이란학 등 연구를 진행해 양국 우호 관계를 보여주는 시설로 꼽혀 왔다.
이란 외무부는 5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만화 출판에 대한 대응 조치로 수도 테헤란에 있는 ‘이란 프랑스연구소’의 활동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 관계자는 “이는 반(反)이슬람주의, 이슬람 혐오와의 싸움”이라며 “프랑스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자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초치(招致)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만화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캐리커처를 담았다. 로랑 리스 수리소 샤를리 에브도 편집자는 “1979년 이후 이란 국민을 억압해온 신정(神政)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란인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주요 도시에서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를 위해 풍자만화를 실었다는 취지다. 현재 이란에선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4개월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만화는) 종교적, 정치적 권위에 반하는 모욕적이고 외설적인 출판물”이라며 “이란은 프랑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처 방침을 밝혔다. 샤를리 에브도는 해당 만화를 실은 잡지를 판매한 뒤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받아 당국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를리 에브도와 이란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 소재로 삼은 만평을 실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이 총기 테러를 벌여 샤를리 에브도 직원 10명과 경찰관 2명 등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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