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軍헬기까지 띄우고 시가전... 마약왕 2세 잡았다
9일 바이든 방문 앞두고 ‘선물’
5일(현지 시각) 새벽 멕시코 북부 시날로아주(州)의 최대 도시인 쿨리아칸 외곽 지역. 도심 한복판에서 총격이 난무하고 차량이 불타오르며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헬기에서 쏘아대는 총알로 하늘이 번쩍였다. 시민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공포에 떨었다.
멕시코 군경이 이날 세계 최대 마약 조직 중 하나인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고 있는 오비디오 구스만(33)을 급습, 체포하면서 조직원들과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충돌이 벌어졌다. 오비디오는 ‘마약왕’으로 불렸던 ‘엘 차포’(호아킨 구스만)의 아들로, 현재 수감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각종 마약을 대량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사법 당국도 쫓고 있는 인물이다.
급습 작전 후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멕시코 국방장관은 “육군과 주 방위군을 투입해 오비디오를 생포했다”고 발표했다. 조직원들이 19개 도로 길목을 막고 총격을 쏟아부으며 호송을 저지했지만 오비디오를 헬기에 태워 멕시코시티로 데려가 검찰에 넘기는 데 성공했다. 작전 중 경찰 1명이 사망했고, 쿨리아칸 공항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가 총탄에 맞기도 했지만 다친 승객은 없었다. 멕시코 당국은 이번 체포 작전을 6개월 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약왕’으로 악명 높았던 ‘엘 차포’는 25년 동안이나 지하터널을 통해 마약 수백톤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2017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미국에서 복역 중이다. 아들 오비디오는 더 나아가 기존 마약보다 더한 ‘죽음의 마약’ 펜타닐 제조·유통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통이 심한 암 환자 등에게 쓰이는 펜타닐은 코카인이나 마리화나는 물론 헤로인보다도 중독성이 강하고 치명적이다. 미국에선 최근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과다 복용 사망자들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는데, 이 시날로아 카르텔이 주요 공급처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체포 작전이 오는 9~10일 멕시코 시티에서 열리는 북미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방문을 앞두고, 멕시코가 마약 조직 관련 치안 상황을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 시러큐스대 글래디스 매코믹 교수는 CNN에 “멕시코 국경을 통한 펜타닐 등 마약 유입 차단을 요구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 행정부는 멕시코 정부에 시날로아 카르텔을 소탕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엘 차포처럼 멕시코 정부가 미국에 오비디오의 신병을 인도하며 바이든에게 ‘선물’을 줄지는 불분명하다.
멕시코 정부는 2019년에도 오비디오를 체포했다가 카르텔의 저항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도시가 혼란에 빠지자 석방한 적이 있다. 당시 조직원들은 트럭을 타고 시내를 돌며 기관총 등으로 마구 총격을 가했다. 이번 체포 후에도 조직원들이 공항 등 주요 시설을 점거하며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시날로아주는 학교와 행정기관 운영을 중단하고 위험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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