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지옥으로 들어가 찾은 파이어볼러… 챔피언은 대체 무엇에 주목했나

김태우 기자 2023. 1. 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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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소속 당시의 에니 로메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의 대업을 이룬 SSG는 그 감흥이 다 끝나기도 전에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모여 외국인 선수 인선에 들어갔다. “셋 다 바뀔 수 있다”던 원론적인 가능성이 불씨를 키운 시기다.

후안 라가레스는 쏠쏠한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임팩트가 다소 부족했다. 숀 모리만도는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 탓에 재계약을 고민해야 하는 선수가 됐다. 윌머 폰트는 이미 미국행 의사를 밝혔다. 특히 투수 쪽의 고민이 컸다. 폰트와 모리만도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중책이 떨어졌다.

모리만도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는 커크 맥카티를 일찌감치 낙점했다. 작은 체구지만 힘이 있는 공을 던진다는 평가였다. 김원형 SSG 감독의 마음에 들었다. 체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폰트의 대체 자원이었다. 폰트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 상황에서 그 대안은 수준이 높아야 했다. 애당초 맥카티는 폰트의 대체자가 아닌 모리만도의 대체자였다.

SSG가 주목한 건 ‘구위’였다. 힘이 있는 선수를 선호했다. ‘폰트 효과’를 가장 제대로 느낀 팀의 필연적인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서 고른 파워피처들은 단점이 있거나, 혹은 매력적인 공을 던지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어 다소 부담스러운 경향이 있었다. 그때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뛴 에니 로메로(32)가 시장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SSG는 발 빠르게 로메로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올해 경기 영상들을 모두 요점만 정리해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 전달됐고, 데이터적으로도 철저한 분석을 거쳤다. SSG가 확보한 데이터에 따르면 로메로의 지난해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4㎞, 평균 148㎞였다. 160㎞에 이르는 강한 공을 던지던 예전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봤다. 게다가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여기에 투심패스트볼 최고는 152㎞, 평균은 146㎞로 보조를 맞췄다. 슬라이더는 평균 132㎞에서 139㎞까지 형성됐고, 체인지업은 평균 134㎞에서 최고 140㎞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커브는 평균 129㎞ 정도였다.

한 가지 주목한 건 좌완임에도 좌타 상대 성적이 나빴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0.208을 기록한 것에 비해 좌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이 0.320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SSG 내부에서도 토론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기대 피OPS 기준으로 봤을 때 좌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보다 패스트볼이 더 효율적이었다. 일본에서는 좌타자 상대로 슬라이더 비중이 높았는데 패스트볼 비중을 높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SSG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로메로의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50%에 이르렀다. 반면 패스트볼 계통은 44%였다. 우타자를 상대로 패스트볼 계통 구사 비율이 65%임을 고려하면 좌타자를 상대로 너무 변화구 승부에 의존했음을 알 수 있다. 힘 있는 패스트볼이 있는 만큼 이런 부분들을 잘 교정하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5가지 변화구를 실전에서 다 보여줬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이버매트릭스 분석값까지 총동원해 로메로의 기록을 두루 살폈고, 영상도 충분히 확보해 코칭스태프에 전달했다. 코칭스태프도 로메로의 구위에 합격점을 내렸다. 그렇게 보름 이상의 협상이 이어진 끝에 결국은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냈다.

로메로는 시즌 20경기에서 8승9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했다. 풀타임 특급 성적까지는 아니었지만 일본에서의 성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일본에서 선발 8승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장 KBO리그 MVP 출신인 라울 알칸타라(두산)도 하지 못했다. 부상 등 컨디션 난조가 걸린다는 지적도 신체검사에서 꼼꼼하게 체크했다. 어깨 쪽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지만 SSG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폰트가 우완 파이어볼러의 정수를 보여줬다면, 올해는 반대팔의 외국인이 KBO리그를 평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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