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내통” “전 정권 탓”으로 안보 참사 책임 못 면한다
여권이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서울 침투 과정에서 빚어진 ‘안보 참사’를 두고 적반하장식 대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P-73)에 진입한 사실을 군이 뒤늦게 실토하자, 전 정권을 탓하고 색깔론을 제기하는 양상이다. 사과·문책으로 대응하기보다 음모론·물타기로 책임을 모면하려 하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집권한 지 7~8개월밖에 안 된 이 정부가 대비할 방법은 없었다. 대부분 책임은 문재인 정권에서 소홀히 한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상공을 휘저었던 북한 무인기를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하고, 비행금지구역 진입을 부인하다 열흘 지나서야 말을 바꾼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군이다. 집권 반년이 넘도록 군 정비를 못했다면 스스로의 무능을 탓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작전을 지휘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모두 윤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 아닌가. 안보를 중시한다는 보수정권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세력이라면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 그럼에도 여권은 야당 의원의 자료 출처를 따지는 등 정반대로 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군 당국보다 앞서 ‘용산 침투’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소스를 누구로부터 얻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의원 주장은) 국방부도, 합동참모본부도 모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합참이 보고한 무인기 비행궤적을 구글 지도에 대입, 재구성해 비행금지구역 진입 가능성을 제기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오죽하면 여당 소속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조차 방송에 출연해 “처음에 국방부가 보고할 때 김 의원이나 저나 똑같이 질의했다”고 했겠는가.
여권이 지금 할 일은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군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관련자 문책론에 대해 “아직 (군의) 전비태세검열이 진행 중”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오면 (윤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문책론이 제기되자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결정하겠다’고 해온 것과 판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감싸듯 이번에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경호처장을 엄호할 셈인가. 그러나 북한의 무력도발이 잦아지고 형태도 다양화하는 등 안보 위협이 커지는 상황이다. 얼빠진 군 지휘부를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국민 불안은 깊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응 실패에 책임 있는 당국자들에 대한 문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군이 정치적 파장을 의식해 비행금지구역 침범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묵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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