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리 왕자 “형이 내 아내 깎아내려 따졌더니 멱살잡고 내동댕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spare·예비품)’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왕실 내 가족 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영화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의 언행과 동서 미들턴 왕세자빈 사이의 불화, 이로 인해 벌어진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의 형제간 몸싸움, 아버지 찰스 3세 국왕의 재혼을 둘러싼 부자간 갈등 등 가정사가 복잡한 여염집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모조리 공개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은 5일(현지 시각) 오후부터 이 자서전의 내용을 요약해 대서특필했다. 이들 매체 보도에 따르면 메건과 미들턴 왕세자빈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해리 왕자와 메건의 결혼 직전인 2018년 5월쯤이다. 미들턴 왕세자빈은 당시 셋째 루이 왕자를 출산한 직후였고, 메건은 이를 화제로 왕세자빈과 이야기를 나누다 “(임신 때문에) ‘베이비 브레인’이 됐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베이비 브레인은 임신 중 호르몬 부조화로 기억력이 감퇴하는 증상이다. 왕세자빈은 이 말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메건은 “(미국에서) 친구들끼리 하던 농담”이라고 해명했지만, 왕세자빈은 “여기(영국)에선 매우 무례한 발언”이라며 “우리가 호르몬 문제에 대해 논할 만큼 격의 없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들턴 왕세자빈은 앞서 한 왕실 재단 행사에서 “립글로스를 빌려달라”는 메건의 스스럼없는 요구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이 자서전은 전했다.
메건의 격의 없는 언행과 태도는 형제간 몸싸움으로 비화했다. 2019년 어느 날 윌리엄 왕세자는 해리 왕자를 찾아와 “메건이 까다롭고 무례해 자꾸 문제를 일으킨다”고 따졌다. 해리 왕자는 이에 “형은 언론 기사를 믿는 거냐? 그것밖에 안 되는 줄 몰랐다”라고 대꾸했고, “널 도우려고 하는 것”이라는 형의 대답에 “이게 날 도와주는 거야?”라며 대들었다. 언쟁은 고성과 욕설로 이어졌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왕세자가 해리 왕자의 멱살을 쥐고 넘어뜨렸다고 한다. 해리 왕자는 “주방 바닥의 개 밥그릇이 깨지면서 등에 상처가 났고, 피가 흘렀다”고 썼다.
해리 왕자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도 여과 없이 공개했다. 그는 “아버지(찰스 3세)에게 다른 여자(커밀라)와의 관계를 방해하진 않겠지만, 제발 결혼은 하지 말아 달라고 형 윌리엄과 간곡하게 부탁했다”며 “하지만 그는 결국 커밀라와 결혼했다”고 썼다. 해리 왕자는 또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날, 아버지가 자고 있던 나를 깨워 사고 소식을 전했다”며 “(충격에 휩싸인) 나를 아버지는 안아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커밀라 왕비가 윌리엄 왕세자와 대화를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며 왕비를 비난하기도 했다.
해리 왕자는 왕실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불공정한 대접을 받았다’는 인식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 자서전 제목인 ‘스페어’에 대해 “내가 태어난 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잘됐네! 이제 우리는 정식 후계자(heir·윌리엄 왕세자)에 이어 예비품(spare)도 두게 됐다’고 말했다”며 “나는 예비품 인생을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과 나는 어려서부터 항상 경쟁자였고, 형은 사랑하는 형제이자, 내 숙명의 적(arch-nemesis)”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찰스 3세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며 왕실과 앙금이 여전함을 밝혔다.
10일 출간 예정이던 자서전은 스페인어 번역판이 미리 팔리기 시작하면서 내용 전체가 일찌감치 공개됐다. 해리 왕자는 이 책에서 “17살 때 주말 사냥에 나갔다가 한 시골집에서 처음 코카인을 접했다”며 “이후 (코카인을) 몇 번 더 했다”고 마약 복용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과 메건을 변호하려 했으나, 영국 내 여론은 오히려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해리 왕자는 (왕실과 불화가) 메건의 탓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이 책이 메건을 좋게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에둘러 비판했다. 영국 왕실은 현재 이 책의 내용과 관련,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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