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7/김주하의 '그런데'] 법원 '제식구'라고 물징계?

'판사인 제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뉴욕 재판정에 선 노인에게 판사는 법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10달러의 벌금을 선고합니다. 그는 동시에 굶주림을 방치한 사회 역시 책임이 있다며 판사인 자신에게도 똑같은 액수인 벌금 10달러 그리고 방청객에게는 각각 50센트씩의 벌금형에 동참해줄 것을 권고하지요.

판사가 방청객에게 모자를 돌려 거둔 돈은 총 57달러 50센트. 당시로서는 꽤 큰 돈이었는데 노인은 벌금 10달러를 내고 남은 47달러 50센트를 손에 쥐고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법정을 떠납니다.

훗날 뉴욕시는 불세출의 명판사이자 뉴욕시장을 지낸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퀸스에 설립된 공항을 라과디아 공항이라고 명명합니다.

보통 사람도 음주를 하면 엄벌에 처해지지만 공무원은 거기 덧붙여 본인이 소속된 기관의 징계를 또 추가로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했던 경찰관은 2015년 3월 파면 조처됐습니다. 해임보다도 무서운 파면은 퇴직금도 줄어들죠? 경찰관은 전에 표창을 받았던 점 등을 들어 파면 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소용이 없었죠.

2020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판사는 당시 정직 1개월로 끝이 났습니다.

여기까진 그렇다 치죠.

그가 이번엔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그러니까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됐습니다. 어떤 징계를 받았을까요.

똑같은 정직 1개월이었습니다.

보통 두 번이면 징계도 가중되지요?

법원은 법관징계법상 판사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가 정직, 감봉, 견책뿐이라고 해명하지만 '제 식구에게는 물징계'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대법에 있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뜨고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는데 손에 들린 건 법전이 아닌 친한 사람들 명단이라는 조롱도 들려옵니다.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두 얼굴의 법원.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 앞에서 떳떳하겠으며 어떻게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또 어떤 국민이 그런 판사,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이해하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법원 '제식구'라고 물징계?'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