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교원평가에 학부모 ‘압박’에…교사들은 두 번 운다

박고은 2023. 1. 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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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를 확인한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 ㄱ씨는 충격을 받았다.

ㄱ씨를 포함해 이 학교 교사 최소 6명이 비슷한 피해를 봤다.

피해 교사들은 법적 처분과는 별개로 학교에서 ㄴ군에게 선도 처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생의 징계를 심의하는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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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에 성희롱에 해당하는 답변을 익명으로 적은 학생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특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말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를 확인한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 ㄱ씨는 충격을 받았다. 서술형 문항의 답변에 여성 신체를 비하하고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이 쓴 것이지만 익명이어서 누군지는 특정되지 않았다. ㄱ씨를 포함해 이 학교 교사 최소 6명이 비슷한 피해를 봤다.

해당 학생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특정됐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경찰청은 익명으로 진행된 교원평가에서 여성 신체를 비하하고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답변을 쓴 학생 ㄴ군을 특정해 피의자로 형사입건했다. ㄴ군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된 교원평가에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글을 남겨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ㄴ군은 경찰 조사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원평가는 학생과 학부모가 온라인에서 교사의 학습·생활지도 역량에 대한 만족도 평가(5단계 척도)와 자유 서술형 답변을 남기고 교사가 열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평가는 익명으로 이뤄진다.

교사들을 힘들게 한 것은 제자의 범죄사실뿐만이 아니었다. ㄴ군 부모는 사건 담당 경찰관을 통해 피해 교사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ㄴ군 부모는 자필로 쓴 사과문에서 “아이의 철없고 분별없는 행동으로 많은 분께 상처를 드린 점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처를 바란다는 얘기도 담았다. 이들 부모는 “어떤 경우가 되었든 학교 내, 교육청 또는 언론에 아이의 실명이 공개 또는 노출되어 무자비한 마녀사냥을 당한다면, 아이와 우리 가족은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긴 채 평생을 더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보내야 할 것”이라며 “아무리 큰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실명 공개로 아이가 평생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받는 상황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고 피하고 싶은 것이 한없이 부족한 부모의 심정”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고소 취하로 합의를 해주시면 더욱더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ㄴ군 부모는 ‘아이의 신상을 노출하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학교에 전했다. 학교는 교내 구성원들에게 가해 학생 신원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해달라는 취지의 공지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교사 ㄱ씨는 ㄴ군 부모의 이런 행동을 두고 “사과가 아니라 압박”이라고 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피해 교사들이 바라는 건 가해 학생 처벌과 계도이지 신상 공개는 생각도 한 적 없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학부모가) ‘마녀사냥’을 운운하는 것은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피해 교사들은 법적 처분과는 별개로 학교에서 ㄴ군에게 선도 처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교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바로 열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생의 징계를 심의하는 기구다. 교원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역시 교육 활동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당시 학교는 △ㄴ군의 범죄 행위와 관련한 증거자료를 경찰에 요청했으나 받지 못한 점 △위원회 개최 전 학생에게 10일간 변론 준비 시간을 줘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해 왔다. 피해 교사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진 뒤에야 학교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오는 17일 열기로 했다.

ㄱ씨는 “가해 학생 계도 역시 학교가 해야 할 교육의 연장선”이라며 “가해 학생 졸업으로 사건이 유야무야된다면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피해 교사들은 제대로 된 피해 회복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육부가 교사들에 대한 인격모독과 성희롱이 이뤄지고 있는 이런 평가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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