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스마트폰·가전도 부진… 올해도 실적 반등 난망
이도형 2023. 1. 6. 20:01
삼성 2022년 4분기 ‘어닝쇼크’
반도체 불황에 증권가 예상 하회
글로벌 경기침체에 우려 현실로
파운드리 공장가동률도 하락
1분기 영업적자 695억원 전망
설비투자 감산 가능성 제기도
반도체 불황에 증권가 예상 하회
글로벌 경기침체에 우려 현실로
파운드리 공장가동률도 하락
1분기 영업적자 695억원 전망
설비투자 감산 가능성 제기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과 함께 실적 설명자료도 6일 배포했다. 증권가 예상을 밑도는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따른 후폭풍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반도체 부진이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다른 분야에서도 실적 부진을 메우지 못했다. 4분기 들어 하락 전환한 원·달러 환율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 국면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집계 결과,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6조9254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700억원)의 절반가량일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잠정집계치는 4조3000억원으로 이보다 더 떨어졌다.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영업이익에서 4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이다.
잠정실적만 공개된 터라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반도체 업황 불황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메모리 시황 악화 여파로 영업이익이 5조1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4% 감소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D램(PC향 범용제품 기준)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22.46%, 3.74% 떨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9월 -4.9%, 10월 -16.4%, 11월 -28.5%로 계속해 감소했다. 파운드리 시장의 경우 스마트폰, PC, TV 등에 들어가는 칩 수요가 감소하면서 위탁생산 주문이 줄어들고 있다. 2021년 100%에 달했던 전 세계 파운드리 공장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86%로 줄어들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 대금 거래를 달러로 진행하는 탓에 환율 하락에 따른 환손실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10월까지는 1400원대에서 움직였으나 이후 하락하면서 연말·연초에는 1200원대로 내려섰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할 경우 외화 표시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에 2500억원 수준의 환손실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사업들도 부진이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가시화하는 국면에서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었을 확률이 높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고가폰 출하 비중 축소 등에 따라 ‘MX(스마트폰)·네트워크’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1조8000억원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스플레이(SDC) 부문에서도 아이폰 생산 차질에 의한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출하 둔화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실적 반등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반도체 사업 적자 가능성도 제기한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1분기 695억원 적자, 2분기 674억원 적자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 실적 개선은 빨라야 올해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심화한 업황 부진을 고려해 당초 계획보다 설비 투자 금액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직접적 감산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 업체들도 라인 효율성 점검 등을 통한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도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올해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축소로 인한 공급 축소 효과는 상반기보다 재고가 줄어든 하반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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