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는 로맨틱버전…피렌체는 전쟁판이었다 [Books]
13~15세기의 피렌체와 주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중세 정치, 역사를 총망라한 이 책을 쓸 당시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다. 공직에서 쫓겨나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던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의 수장이자 교황인 클레멘스 7세의 요청에 따라 ‘피렌체사’를 집필했고 죽기 1년 전 그에게 헌정했다.
피렌체의 흥망성쇠를 모두 그려내는 이 책의 압권은 후반부다. 로렌초 데 메디치를 죽이려는 파치 가문의 음모에서 시작해 계속된 패배로 곤경에 처한 피렌체의 모습을 서술한다. 그 밖에 소금 전쟁, 교황 인노첸시오 8세와 페르디난도 1세의 전쟁, 피렌체의 사르차나 수복 전쟁 등을 서술한 후, 로렌초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황혼기를 맞은 제국에게 뜨끔한 조언을 남겼다. 철저한 계급주의를 통해 질서를 유지했던 로마와 달리 피렌체에서는 평민이 승리한 뒤 귀족은 정부 요직에서 철저히 배제당했다. 귀족이 다시 관직에 오르려면 행동, 성격, 생활방식 모두 진짜 평민이 되거나 적어도 평민처럼 보여야 했다.
이런 이유로 평민의 호의를 얻기 위해 가문의 문장과 이름을 바꾸는 귀족이 많아졌다. 그리하여 귀족 안에 있던 관용의 정신과 군사적 미덕은 사라지고 말았고, 단 한 번도 이것들을 가져본 적 없는 평민의 내면에서 다시 살려낼 수도 없었다. 마키아벨리는 그 결과로 피렌체가 점점 더 초라하고 비루해졌다고 분석한다. 마키아벨리는 통합만이 외세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굳게 믿던 뼛속 깊은 공화국의 주창자였다. 이런 그의 사상은 그가 생애 마지막을 바친 이 책을 통해 선명히 드러난다.
두꺼운 역사책이지만 ‘군주론’ 못지않은 통치술에 관한 철학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의 특별한 기대를 받으며 최고 행정관직이나 군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은 항상 행해질 수 있는 것 이상을 기대하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모든 위대한 사업을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결과 사람들의 기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명과 경멸로 바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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