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약이 없어서...부상 병사에게 가짜약 줬더니 [Books]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1. 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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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까치 펴냄
긍정적인 믿음이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세보 효과다. 우리말로 ‘가짜 약’으로 번역되는 이것은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약을 먹고도 효능이 있는 약을 먹었을 때와 유사한 결과를 얻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되는 이 현상은 생물학보다는 심리학으로 취급돼왔다.

현대 의학이 탄생한 18세기 무렵부터 의사들은 환자의 믿음만으로 병의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이 현상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믿음으로 치료한다는 것에 대해 의학 전문가들은 회의감을 보였다. 20세기 중반 의학 학술지에 글을 싣는 의사들은 플라세보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을 조롱했고, 이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시간을 허비하는 바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긍정적인 기대가 단순히 정서적 안정감을 넘어 실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점은 명백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미국의 마취 전문의 헨리 비처는 전장에서 끔찍한 부상을 당하고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고 플라세보 효과를 재조명했다. 격전지에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일종의 마약 같은 희열로 병사들의 고통을 마비시키는 듯 했다. 진통제가 부족해 생리식염수를 모르핀인 척 속여야 했던 환자들이 호전되기도 했다. 훗날 이 현상이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아편성 물질인 오피오이드를 생성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밝혀졌다. 이런 진통 효과는 우리의 뇌가 고통에 대한 기대 수준을 재조정하면서 주관적인 경험이 달라지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부정적인 기대가 집단에 전염되기도 한다. 2006년 포르투갈에서는 인기 드라마 속 주인공이 걸린 허구의 병에 300여명의 청소년이 감염(?)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어지럼증, 호흡곤란, 피부발진 등을 일으키는 이 ‘가짜 병’은 우리 뇌에서 작동하는 거울 체계가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생겨났다.

‘지능의 함정’의 저자인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은 최신 심리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대하면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지게 만드는 기대효과의 힘과 중요성을 ‘기대의 발견’에 서술했다. 우리의 뇌는 예측 기계이고, 이같은 특성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는 법을 익히면 우리가 기대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때 유행처럼 번지며 전 세계에서 3500만부가 팔린 책 ‘시크릿’과 같은 뉴에이지식 자기계발서와는 선을 긋는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증명하는 최신 과학을 소개하면서 단지 ‘부자를 상상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상상하는 것만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유사과학과 거리를 둔다. 오히려 기대만 한다고 해서 소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기대의 힘을 인지하고 삶에 적절하게 적용한다면 그 효과가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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