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은 LG” 랬는데…영업이익 90% 급감 LG전자 왜
전년 동기대비 90% 넘게 줄어
수요부진에 물류·마케팅비 영향
전장사업은 연간 첫 흑자 기록
LG전자는 6일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이 21조8597억원,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5.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1.2%나 감소한 수치다.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2조7202억원, 영업이익 4207억원이다. 매출은 컨센서스보다 4% 낮지만, 영업이익은 85.7%나 낮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80조원대를 넘었다. 지난해 매출은 83조4695억원, 영업이익은 3조547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보다 매출은 12.9%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2.6% 감소했다.
사업 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LG이노텍을 제외한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수익이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금리 긴축 정책 여파로 주택 매매가 줄면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재고를 털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린 점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전자 재고자산은 11조270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났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유통상들이 할인폭을 높여가며 재고 처리에 열을 올렸다”며 “블랙프라이데이 평균 할인율이 30%로 전년의 28%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 역시 나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HE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에 7년만에 적자 전환한 이후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020년 2억2535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2억1354만대, 2022년 2억452만대로 2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기업간 거래(B2B)를 담당하는 BS사업본부 역시 4분기 적자 폭을 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는 약 400억원 상당의 적자를 봤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BS사업본부는 3분기에도 적자로 전환했다.
그나마 LG전자가 선방한 부분은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부문이다. 2013년 전장 사업을 새 먹거리로 점찍고 뛰어든 LG전자는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이익을 낸 이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분기 역시 3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낸 등 연간 기준으로 첫 이익을 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에서 “지난 약 10년간의 적자에도 흔들림 없이 도전한 차량용 부품 솔루션 사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본궤도에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고금리 정책과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는 않다는 점이다. LG전자는 재고를 줄이면서 신성장 동력인 전장제품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사업부 중 가장 부진했던 HE사업부는 올 하반기에나 반전을 모색할 것”이라며 “TV 시황 악화로 OLED TV 판매량 증가세가 이전만 못하고 경쟁사의 QD OLED 출시로 마케팅 비용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다만 철 등 원자재 가격이 일부 하락하고, 최근 장기 물류 계약을 마쳐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 점은 실적에 긍정적이다. LG전자는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 대부분을 선박을 이용해 운송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재고를 건전한 수준에서 재고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운용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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