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출마 기운 순간…'윤심' 암초 만난 나경원, 향후 행보는
나경원 입장 주목…직 던지고 전대 출마? 오해 풀고 고심?
(서울=뉴스1) 한상희 조소영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내놓은 대책을 대통령실이 공개 비판하면서 나 부위원장 측에선 곤혹스러운 기류가 엿보인다. 대통령실에서 정부 인사를 공개 비판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어제(5일) 간담회에서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나 부위원장)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대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는 누구를 저격하거나 그러지 않는다"면서 나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도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실의 비판이 나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의 뜻을 시사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KBC광주방송 '여의도초대석'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많이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대통령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친윤(親尹)계 후보가 김기현 의원으로 단일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의 뜻을 강하게 피력한지 3시간 만에 대통령실에서 나 부위원장을 이례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5일) 간담회 직전까지 나 부위원장에게 해당 정책이 정부 기조와 맞지 않으니 관련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부위원장이 대통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대책 발표를 강행했다는 얘기다.
나 부위원장 측은 뉴스1과 통화에서 "이제 정부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 것인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이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청사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나 부위원장은 그간 친윤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친윤계측은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한 것도 전대 포기에 대한 신호를 준 것으로 보고있다. 나 부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차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대 출마 가능성을 접을 수는 없었다.
나 부위원장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이례적 반박' 발표는 그의 거취에 치명상을 입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권성동 의원 불출마를 시작으로 친윤 당권주자들 간에 교통정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원들에게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에서 멀어졌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뉴스1에 대통령실의 나 부위원장에 대한 공개적 비판에 대해 "결국 전대에 출마하지 말라는 시그널로 읽힌다"고 말했다.
친윤 핵심 의원은 '윤심이 나 부위원장으로부터 멀어진 것으로 봐야 하나'는 질문에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떠나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협의 없이 수십조원이 드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정당을 맡겨달라고 하면 어떻게 믿겠냐"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 부위원장이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할지 주목된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 직을 던지고 당대표 출마를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반박이 있기 전 나 부위원장은 한 매체에 "당원들이 (출마를) 많이 원하는 것 같다"며 "설 연휴 전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과 오해를 풀고 전당대회 출마를 좀 더 고심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 부위원장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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